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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쉬운 신경질환사전] 원인 모를 안면 통증...‘비전형 안면통’
[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생각보다 안면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안면 통증은 증상이 복잡해 5분 남짓한 짧은 진료시간 동안에는 본인의 증상을 다 설명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 역시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청취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원인 모를 안면통을 경험한다면, 서둘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현실이 이렇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병원에 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원인 모를 고통으로 계속 고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전형 안면통을 대표할 수 있는 증례 하나를 소개하며 안면 통증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증례

환자는 자기 관리가 아주 철저한 30대 후반 남성입니다. 과거 축구공에 맞아 코뼈 골절이 있었고, 코가 심하게 휘어 해당 부위에 성형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습니다. 내원 3년 전에는 우측 위, 아래 어금니에 치통이 발생해, 치과를 여러 군데 방문했는데 모두 치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당시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아주 심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2년 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람과의 만남을 줄이고 사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니 회사에 가서 동료들을 볼 일도 많이 줄게 되었습니다. 이러면서 점차 좌측 위아래 어금니에도 비슷한 양상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위쪽 좌우 앞니와 수술을 받았던 코 주변까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통증이 가장 심하게 느껴지는 시간대가 아침이었지만, 증상이 점점 모호해져 내원 당시에는 하루 종일 통증이 심해졌다가 약해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식사 시에는 통증을 잘 못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증이 심해지고 증상이 악화되면서 여러 병원을 방문했으나, 병원마다 진단명이 다 달랐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약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후두 신경통이라며 수술하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생각하기에 후두부에서 통증을 느낀 적이 없어 그 후에 재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내원 1달 전부터 증상이 심하게 악화되었는데, 그 당시 반려견이 많이 아팠습니다. 기분도 좋지 않아 일시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는데, 우연일지 모르지만 그때 통증이 잠시 가라앉았습니다. 대표적인 증례를 읽기만 해도 병력이 꽤나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 쉽게 요약해서 적었을 뿐, 실제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으로 진단되는 환자 대부분이 위 증례 속 당사자처럼 복잡한 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증의 정확한 구분이 중요

복잡한 비전형 안면통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통증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의 문제가 연관통으로 나타난 것인지부터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증상이 복잡할수록 이 구분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선 일반적으로 어떤 질환이 비전형 안면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간단하게 나열해 보겠습니다.

- 혈관염 등의 결체조직 질환, 특히 측두동맥염- 만성 부비동염- 치과 질환- 부비동의 종양- 턱관절의 이상- 안와 골절- 삼차신경통- 근막통 증후군

물론 이 외에도 다수의 질환들이 기이한 양상의 안면통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로 자가 진단을 잘못 내려 필요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흔히 걱정하시는 질병들의 감별 포인트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삼차신경통'을 걱정해 '나중에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아야 하나'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삼차신경통의 경우, 대개 통증이 삼차신경의 3가지 중 하나의 영역 중 한쪽에만 국한됩니다. 또한 해당 부위에 자극이 가해지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대개 식사 시 음식물에 의한 자극이 신경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의 경우 인후부에도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설인신경통'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설인신경통은 발병률이 10만 명당 1명 미만일 정도로 극희귀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목구멍 안쪽의 감각을 지배하는 설인신경에 자극이 갈 때마다 극심한 통증 및 그로 인한 실신까지 유발되는 병입니다. 즉, 음식물 섭취가 너무나 힘들어집니다. 이 역시 식사할 때 통증이 덜 하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욱이 설인신경통은 절대 안면 통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의 경우 후두 신경통으로 오진되어 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후두 신경 차단술이라는 주사치료만 받았다면 다행이지만, 간혹 후두 신경자극술이라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두 신경은 두피의 후두부에서 정수리까지의 감각을 지배합니다. 안면의 감각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두피의 감각을 담당하는 후두 신경은 경추에서 출발하고, 안면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은 뇌간에서 출발합니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신경입니다. 후두신경통이라면 얼굴이나 구강 내 구조물이 아플 수가 없습니다. 다시 위의 증례로 돌아가 봅시다. 위에서 두경부에 발생하는 각종 신경통을 말씀드렸는데, 이번 증례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신경통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기 증례의 경우 이미 이비인후과 진료, 치과 진료, 뇌 영상검사 등을 모두 받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두경부의 기질적 이상은 모두 배제가 된 상태라는 겁니다. 아픈 부위의 조직에 전혀 이상이 없다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만 통증을 안면으로 투사하는 연관통에 의한 것이라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경험적으로 경직된 근육과 연관통의 위치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교근이 뭉칠 때는 어금니 주변과 뺨으로, 흉쇄유돌근이 뭉치면 동측 안면부 전반으로, 측두근이 뭉치면 동측 전치나 눈 주변으로의 연관통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교근, 측두근, 흉쇄유돌근이 동시에 경직되는 경우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상기 증례의 경우 경직된 근육들을 이완시키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저하된 세로토닌을 올려주는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크게 호전되었습니다. 근막통 증후군에 의한 비전형 안면통일 경우, 통증이 유난히 잘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타 등 외력에 의한 손상을 당한 경우', '성형수술을 했는데 마음에 안 들고 병원과 트러블이 생긴 경우', '치과 시술에 의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증이 동반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떤 질환이든지 서둘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만성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심리적 문제가 동반될 경우, 만성화가 더 빨리 진행되어 '섬유근통'으로 발전되기 쉽습니다. 이상한 양상으로 안면통이 발생했다면 가능한 2주 내에, 늦어도 2달 안에 비전형 안면통에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전형 안면통은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는 10만 명당 1~4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환자들을 고생하게 만드는 질환임에는 분명합니다. 더불어, 환자가 어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지 모르고 이미 만성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병원을 오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전형 안면통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 보았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어지럼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전문의가 전하는 건강 문제: COVID19 감염 후의 두통최근 COVID19 감염 후 두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략 COVID19 감염 후 두통 환자분의 20%가 만성적으로 매일 두통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에는 여기에 해당되는 분들을 자주 진료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두통이 지속되는 원인은 감염 후 피로 증후군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컨디션 저하 후 발생한 경추성 두통이었습니다. 물론 기타 다른 원인들도 있었지만 소수였습니다.COVID19 감염 후 잦은 두통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8시간 이상의 수면과 육체적인 휴식을 권합니다. 그렇게 1주일 정도를 보내도 두통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해당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 =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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