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감염병, 제2의 코로나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환경파괴, 도시화, 공장식 축산이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하며, "새 감염병 발생 주기가 3년 이내로 짧아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2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사스, 2012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에는 코로나19까지 감염병의 출현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은 팬데믹 예방 전략(American Pandemic Preparedness)이라는 이름으로 감염병 최고 권위자이자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S. 파우치(Anthony Stephen Fauci) 박사를 중심으로 혹시 모를 다음 감염병 대유행을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 공장식 농장에서 시작될 수도
또 하나 일련의 감염병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가 공통적으로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 바이러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문자 그대로 사람과 동물이 같이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을 뜻하는데, 실제로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병으로 통한다.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sation)에서는 1952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척추동물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전파하는 질병 또는 감염이라고 인수공통감염병의 정의를 내렸다. 특히, 현대 인류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인수공통감염병들의 공통 병원균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에서 시작되어 가축 농가와 사람으로 이동하며 치명적으로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야생 바이러스가 치명적으로 진화하고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원인으로 공장식 농장을 꼽는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된 공장식 농장은 육류의 대량 생산을 이끌어내며 인류의 식탁을 풍족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위생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장식 농장은 각종 전염병들의 농장이 되었다. 햇볕이나 바람이 들지 않는 좁디좁은 공간에 가축들을 꽉꽉 채워 키우는 공장식 농장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진화생물학자인 롭 월러스(Rob Wallace) 박사는 "공장식 농장은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숙주가 넘쳐난다. 유전적으로 비슷한 가축 수만 마리가 한곳에 모여있다는 것은 바이러스에게는 언제든지 새로운 숙주로 옮겨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라고 말하며, "공장식 농장은 전염병이 들끊는 저장소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장식 농장은 창문이 없어 환기와 자연 소독이 불가능해 가축들의 분뇨 더미에서 발생되는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축들의 호흡기 기능을 떨어트려 감염 위험을 더 높인다. 이외에도, 공장식 농장 가축은 좁은 공간에서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량이 떨어져 면역력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공장식 농장에서 가축들의 질병을 예방하고자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가 내성을 만들어 돌연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높였다. 세계적인 임상영양학 전문가인 마이클 그레거(Michael Greger)는 “감염병의 온상인 공장식 축산이 사라지지 않는 신종 감염병의 공포는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경고했다.
다음 감염병은 변이 지카 바이러스?
여전히 온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감염병 후보에 대한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라 호야 면역학연구소(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기고한 최신 보고서를 통해 변이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가 강력한 제2의 코로나 사태 후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체 실험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높으며, 변이도 쉽게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하며, "변이 지카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온다면, 세계는 제2의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보고했다. 또한 "단 한 번의 변이로도 지카 바이러스의 폭발적인 확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인 조나던 벨(Jonathan Ball) 노팅엄 대학교(The University of Nottingham)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와 확산에 대해서 지겹도록 경험했다"라고 말하며, "기존에 발견된 다른 바이러스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빠르게 변이하고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알 수 있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유전체 배열에서 일어나는 단 하나의 변화마저도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와 관련된 질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영국 응용미생물학협회(SFAM, The Society for Applied Microbiology) 클레어 테일러(Clare Taylor) 박사는 "이번 결과는 실험실 연구에 국한되어 한계가 명확하지만, 여전히 지카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라고 말하며, "바이러스들의 변이를 놓치지 않도록 계속해서 감시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 숲에서 최초로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된 환자 5명 중 1명 정도만 증세를 보인다. 우선 증상이 발현되면 눈에 통증을 동반한 충혈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며, 피부 발진과 경미한 두통, 관절의 통증, 고열 등의 경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전신 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길랑바렝 증후군(GBS, Guillain-Barr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감염되어도 치사율이 3%로 매우 낮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산모가 감염된 경우다. 임신 초기 임산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에 걸린 태아를 출산할 확률이 매우 높다. 2016년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지카 바이러스가 가장 크게 유행했던 브라질에서는 낙태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브라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산모들에게는 한시적으로 낙태를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다른 문제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약과 백신이 여전히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개체인 뎅기열 유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를 피하는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의 주 전염원인 이집트 숲모기(Aedes mosquitoe)은 추운 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한국의 경우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한창인 2016년 아디다스 모기라고 불리는 흰줄숲모기가 전염원이 될 수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흰줄숲모기로 인해 지카 바이러스에 직접적으로 감염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보고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성관계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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