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혈압을 연달아 두 번 쟀을 때 그 수치 차이가 클수록 사망 위험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고혈압 병력이 없는 성인 41만 6,922명을 15년 넘게 추적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아직 정상 혈압 범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진료실에서 반복 측정한 혈압 수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흔한 현상이, 사실은 향후 고혈압과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발생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참가자들은 5분간 안정을 취한 뒤 앉은 자세로 최소 1분 간격을 두고 혈압을 두 번 측정했다. 연구팀은 두 수축기 혈압값의 차이를 '내원 중 혈압 변동'으로 정의하고, 변동폭에 따라 4분위로 나눴다. 이후 중앙값 15.8년간 고혈압,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발생을 추적했다. 분석 시에는 나이·체질량지수·기저 혈압 등 주요 변수를 통제했다. 분석 결과 혈압 변동이 클수록 새로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변동폭이 가장 컸던 그룹은 가장 작았던 그룹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19% 더 높았다.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혈압 변동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7%, 심근경색 위험이 7%, 뇌졸중 위험이 8.6%, 심부전 위험이 6.9% 높았다. 이런 연관성은 변동폭이 클수록 위험도 꾸준히 커지는 선형 관계로 확인됐다. 이번 결과는 정상 혈압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혈압 수치 자체는 정상 범위였던 참가자 중에서도 내원 중 혈압 변동이 큰 경우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함께 높아졌다. 특히 65세 미만, 흡연자, 두 번째 측정치가 첫 번째보다 더 높게 나온 경우 이런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이런 혈압 변동이 자율신경계 이상, 동맥경직도 증가 같은 생리적 요인과 함께 스트레스·긴장 등 행동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배성아 교수는 "진료 중 측정한 혈압 두 수치의 차이를 기록하고 살펴보는 습관은, 아직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향후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간단히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혈압 변동이 큰 사람은 현재 권고되는 연 1회 검진보다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Association of Within-Visit Blood Pressure Changes With Cardiovascular Disease and Mortality Among Individuals Without a History of Hypertension: Results From the UK Biobank: 고혈압 병력이 없는 사람들에서 내원 중 혈압 변동과 심혈관질환 및 사망의 연관성-영국 바이오뱅크 연구)는 2026년 6월 23일 국제 학술지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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