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노년층의 정신건강과 자녀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일본을 포함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애니멀 테라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미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반려동물이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 요크 대학교(University of York) 보건과학과 에밀리 슈스미스(Emily Shoesmith) 박사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인간-동물 상호작용(Human-Animal Interactions)'을 통해 이와 같은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새, 물고기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키우는 반려동물은 심각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정신건강을 개선하는데 어떠한 효과도 없었다. 연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2021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서 진행됐으며 조현병, 조울증 등 심각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가진 영국 거주자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중 81명은 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웠다. 연구진은 설문조사를 통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유대감 수준과 반려동물이 이들의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2021년에 실시한 첫 번째 조사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유대감이 아무리 강해도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신건강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 대유행이 거의 끝나는 시점인 2023년에 다시 한번 같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반려동물 소유가 정신질환자의 행복, 우울, 불안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 반려동물 소유 그 자체를 지목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했을 때 따라오는 책임감 등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반려인에게 부담 및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따라오는 식비, 병원비 등 금전적 압박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95%가 넘는 것으로 보아 반려동물이 정신질환을 개선하지는 못해도 정신질환자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을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이번 연구 결과와 전문적인 애니멀 테라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밝히며, "전문적인 애니멀 테라피에 참가하는 동물들은 친절하고 순종적이며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질환자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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