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 바로 사춘기다.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이 박동성으로 분비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다.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생식샘인 난소 혹은 고환) 축의 기능이 활성화돼,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2차 성징이 또래보다 2년 정도 빠른 아이들이 있다. 여아는 8세 이전에, 남아는 9세 이전에 변화가 시작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
사춘기 증상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성조숙증에는 진성과 가성, 두 종류가 있다. '진성 성조숙증'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조기에 활성화 돼 성조숙증이 초래되는 경우다. 반면 '가성 성조숙증'은 성선 축이 활성화되지 않고 성선, 부신 등의 종양성 질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의 질환이 있어 성조숙증이 발생하는 경우다. 성조숙증 환자의 대부분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성조숙증이 발생하는 진성 성조숙증의 형태를 보인다. 진성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가족력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사춘기가 빨랐다면 유전적 요인을 의심할 수 있다. 또, 환경호르몬 같은 물질이 우리 몸에 유입돼 내분비 교란을 일으켜 성호르몬을 자극시킬 수 있다.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BPA) 등의 내분비 교란 물질은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사춘기를 앞당기는데 영향을 준다고 여겨진다. 비만도 원인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성호르몬을 자극하기에, 저체중이나 정상 체중인 아이보다 비만한 아이가 성조숙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아이는 9만 5,401명이다. 남아가 9,595명, 여아가 8만 5,806명으로, 여아가 8.9배 더 많다. 성조숙증을 앓는 여아가 9배 정도 더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인혁 교수는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환경 호르몬이 많이 발견되는 점, 비만한 경우 지방세포에서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점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성조숙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아이의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여아에서는 10~15cm, 남아에서는 15~20cm 정도 키가 덜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초경이 빠르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고, 불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또래와는 다른 외형적 모습에 심리적 불안감이 형성돼 학교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따라서 8세 이전의 여아인데 가슴이 발달하거나, 9세 이전의 남아에게서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아이를 데리고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전문가의 진단을 받게 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초등학교 5학년 이전의 빠른 초경, 여드름, 음모, 성인의 체취, 성장 속도 증가 등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성조숙증 검사와 치료법기본적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해 성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한다. 손목을 X-ray로 촬영해 골연령을 측정하고 실제 연령과 비교한다. 아울러 머리 MRI 검사와 가슴 혹은 성기에 초음파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검사 결과,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의 특정 질환이 성조숙증의 원인이라면 그 원인에 따라 치료한다. 기질적 원인이 없는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GnRHa)'를 주사로 투여해 치료한다. GnRHa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수용체의 감도를 낮춰,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를 통해 사춘기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주사는 4주에 1번 혹은 12주에 1번씩 맞아야 한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면 이미 월경을 했던 여아는 월경이 사라지고, 남아에게서는 고환의 크기가 줄어든다. 진단 시점부터 치료 종료까지는 수년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치료 중단 시점은 여아의 경우 골연령이 12~12.5세일 때, 남아는 골연령이 13세일 때다.단, 치료 중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GnRHa 치료제 용량이 충분한지 관찰해야 한다. 용량이 불충분하면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오히려 자극돼 골성숙이 진행되면서 성조숙증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6개월에 1번씩 혈액 검사와 성장판 검사를 실시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병원에서의 치료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도 관리도 중요하다. 환경 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제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체중 조절을 위해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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