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물러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드디어 봄이 온 듯하다. 봄이 오면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는데, 바로 초미세먼지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뿌연 대기질을 보면, 봄이 왔다는 기쁨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더 한숨이 나오는 사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초미세먼지로 고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인구 10만 명 중 1명만 깨끗한 공기 마셔지난 7일 호주 모내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공중보건예방의학대학원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란셋 지구 보건(Lancet Planetary Health)'을 통해 전 세계 인구 중 99.999%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설정한 안전 기준을 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되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며, "초미세먼지가 국제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0.001%, 10만 명 당 1명만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65개국 5,446곳의 측정소 데이터와 위성 기반 관측 자료를 사용해 2000~2019년까지의 전 세계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분석했다. 지구 기상 데이터와 지리적 특성 등 결괏값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도 반영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초미세먼지 연평도 농도가 32.8 μg(마이크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WHO에서 정한 안전 기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WHO에서는 초미세먼지 안전 기준으로 연평균 5 마이크로그램, 하루 평균 15 마이크로그램으로 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하루 초미세먼지 농도가 0~15 마이크로그램이면 좋음이라고 표기한다. 연구진은 "2019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WHO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은 지구 전체 면적의 0.18%에 불과하며, 세계 인구 중 0.001%만이 초미세먼지가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륙별로 초미세먼지 농도로 살펴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동아시아로 연평균 50μg을 기록했으며, 그 뒤로 남아시아(37.2 마이크로그램), 북아프리카(30.1 마이크로그램) 등이 뒤를 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지역은 연평균 8.5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한 오세아니아 대륙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019년 기준 연평균 49.4 마이크로그램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뽑혔으며, 44.1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한 북한이 2위를 42.1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한 방글라데시가 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40.3 마이크로그램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미세먼지, 암 유발해입자 크기가 2.5 μ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는 대기오염의 대표적인 원인이며 인체에 치명적으로 작용해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실제로 WHO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매년 약 700만 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뇌경색과 천식으로 조기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년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2만 3,000명 이상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했다. 초미세먼지는 WHO에서 지정한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찰스 스완턴(Charles Swanton)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2022년 10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체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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