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10시 9분부터 시작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는 13시간만인 오늘 오전 11시에 초진 되었다. 아직 진화 중이지만, 불길이 사그라든 것만으로도 주변 주민들에게는 큰 희소식일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어제 화재로 인해 타이어 수십만 개가 불탔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했다. 문제는 인근 아파트와 인가에 거주하던 많은 주민이 이 유독가스를 흡입했다는 점이다. 타이어가 타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수많은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타이어가 화학물질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그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주행만 해도 발생하는 타이어 유해 물질자동차의 필수부품인 타이어는 원유 추출 물질로 만들며, 이로 인해 2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검출된다. 문제는 이 화학물질들이 환경파괴의 주범이거나 인체에 해롭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에드워드 콜로지에이(Edward Kolodziej) 교수와 연구진이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북서해안에서 발생하는 은연어 폐사 사건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 타이어에 사용되는 고무 산화방지제인 '6PPD'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6PPD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했을 때 덜 손상되도록 도와주는 화학물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동차 타이어의 수명을 늘려주는 6PPD가 공기 속 오존가스와 반응하면 '6PPD-퀴논(Quinone)'이라는 물질로 변하는데, 이 물질이 빗물과 함께 인근 하천에 유입되면서 연어들이 집단 폐사한 것이다. 에드워드 콜로지에이 교수는 "6PPD-퀴논은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검출될 것"이라고 말하며,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 화학물질이 특별히 은연어에게만 해악을 끼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 기관인 이미션스 애널리틱스(Emissions Analytics)의 닉 몰든(Nick Molden) 연구원도 "주행 시 자동차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물질보다 약 1,850배 많다. 대부분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들 오염물질은 인체 기관에도 침투하며, 토양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지만 입자가 23나노미터 이하라 측정이 어려워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조 시 발생하는 수증기는 제1급 발암물질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은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폐타이어로 만든 우레탄 바닥재이다. 처음에는 어린이 놀이터의 충격 완화제로 사용되었으나 조사 결과,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납과 같은 중금속을 포함해 수많은 유해 성분이 검출되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참고로 납이 인체에 축적되면 신경계와 순환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 납에 소량이라도 중독되면 △지능·주의력 저하 △학습 장애 △청각 장애 △비정상적인 과민증 △성장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타이어 제조 공장에서 '죽음의 연기'라고 불리는 고무'흄'(Rubber fume) 문제 역시 자주 지적되고 있다. 고무흄은 타이어를 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수증기로, 이를 흡입하면 따르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중심을 못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입 시 발생하는 증상만으로도 고무흄이 인체에 좋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 유해성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고무흄의 구성성분은 '벤조에이피렌(Benzo[a]pyrene)'으로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에서 지정한 제1급 발암물질이다. 벤조에이피렌은 발암물질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 중 가장 독성이 높은 물질로 △폐암 △피부암 △생식기 암 등 각종 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작업장 내 공기 중 고무흄 농도를 0.6mg/m3 이하로 규제하는 영국과 달리 국내에는 고무흄에 대한 노출 농도 기준치가 전무해 타이어 제조공장 근로자들이 고무흄이 가득한 공장에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법원에서는 폐암으로 사망한 타이어 공장 근로자에 대해 '고무흄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산재를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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