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들어도, 이상하게 마음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오래 남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난다. 부정적인 사고가 자신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멈추려고 노력해 봐도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감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왜 그럴까. 그 원인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불리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정적인 사고는 생존 본능부정성 편향은 부정적인 내용과 긍정적인 내용 중 부정적인 내용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성을 말한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UQ)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사회심리학 교수는 본인의 저서에서 "사람은 부정성 편향으로 인해 부정적인 상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상황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인류가 부정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노력에 가깝다. 사람의 뇌는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자 설계되었다. 위협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기능, 감정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인 대뇌기저핵(Basal ganglia)은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끌어낸다. 투쟁-도피 반응이 발생하면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코르티솔(Cortisol)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체내 분비량이 늘어나는데, 이때 뇌는 상황에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 선택한다.또한, 감정, 행동과 관련 있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는 신체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위협에 대응하는 감정을 촉발하며, 추상적인 사고와 구체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은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정성 편향도 이와 마찬가지로 인류가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발전시킨 하나의 인지적 기제다. 원시시대 인류는 맹수와 자연재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자주 놓였는데, 이때 부정성 편향이 상황을 모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부정성 편향은 우리가 자연재해나 전염병, 전쟁 등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미리 준비해 극복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사람은 위협에 매우 민감한 존재로, 5살 아이도 부모나 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잘 감지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집중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사고에 집착하지 말아야문제는 부정성 편향이 과도한 스트레스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는 있지만,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사람은 부정성을 무시하는 능력을 키우기 전까지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반응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사람이 중립적인 상황이나 애매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성향을 보이며,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집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들이 신문 기사나 뉴스를 접할 때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소식보다는 부패, 사고 등 부정적인 사건을 다루는 기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렌디 J. 라슨(Randy J. Larsen) 심리학 및 뇌과학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이거나 행복한 감정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라고 말하며, "아주 오래전에 들었거나 발생했던 부정적인 말과 사건이 십수 년이 지나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부정성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고가 본능에서 유래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머릿속에 떠오른 각종 부정적인 생각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스트레스와 각종 정신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견디기 버거울 수 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승훈 교수(의료법인명지의료재단명지병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우울, 불안이 심하면 과거에 실수했던 일, 아쉬웠던 일 등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걱정이 많아지는 등 감정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과 걱정에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이승훈 교수 (의료법인명지의료재단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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