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유례없는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해수면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운하가 마르면서 주민들의 주요 운송 수단인 배가 다니기 어려워졌으며,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600만 명 이상이 식량 위기에 처했다. 국내에서도 광주·전남 등 남부 지방에 가뭄이 들어 주민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가뭄이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포스텍(POSTECH)과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를 통해, 가뭄이 대기 속 오존의 농도를 높여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오존(O3)은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천식 등 폐 질환과 발달 장애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연구를 위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기질을 주목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속된 가뭄으로 지역의 주요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주 최대 저수지의 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31%로 줄어들었으며, 일부 댐은 발전을 멈췄다. 연구진은 먼저 2009~2015년까지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과 일별 최대 8시간 오존 농도를 종합적으로 정량화했다. 그 결과, 가뭄 기간 동안 대기 속 오존 농도가 가뭄이 아니었던 기간보다 1.18ppb 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연구진은 가뭄으로 인한 대기 속 오존 농도가 기온이 낮은 11~4월(0.79 ppb)보다 따뜻한 계절인 5~10월(1.73 ppb)에 더 많이 증가한다는 사실과 평균 습도가 낮은 지역에서 오존 농도의 증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가뭄이 호흡기 질환을 위협하는 오존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포스텍 이형주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상 오존의 대기 환경 정책이 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전했다.
기후변화, 인류의 건강 직접적으로 위협해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이상 기후가 사람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항생제 내성 관련 6차 국제회의에서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은 기후변화가 슈퍼박테리아 문제를 악화하는 원인이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영국 뉴캐슬 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upon Tyne) 데이비드 그레이엄(David Graham) 에코시스템 엔지니어링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의 진화와 확산을 가속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연구진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를 통해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크게 해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2~201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미국 내 263개 도시, 200만 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건강 조사를 분석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할수록 사람들의 우울증, 수면장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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