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 술집과 클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해피벌룬. 해피벌룬은 유사 환각제 가스로 가득한 풍선으로, 풍선 속 가스를 들이마시면 20~30초 동안 몽롱한 기분과 함께 술에 취한 듯한 환각효과를 볼 수 있어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해피벌룬 속 가스의 정체는 사실 웃음 가스로 더 잘 알려진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2O)다. 아산화질소는 인류 최초로 마취제 효과가 입증된 화학물질이다. 체내에 유입되면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Neurotransmitter-Glutamate)의 활동을 억제해 기분을 진정시키고, 고통을 줄여주며 웃음이 나오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에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 다양한 나라에서 대표적인 흡입마취제로 사용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마취 효과가 약한 대신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호주 등 서양권의 산부인과에서는 아산화질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분만 중인 산모에게 아산화질소를 사용하면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1분 이내에 진통을 완화하며 다른 진통제와 비교해서 태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출산 후 산모가 바로 모유 수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산화질소의 약한 마취 효과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등지에서는 청소년들의 아산화질소 오남용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유럽 마약·마약중독감시센터(European Monitoring Centre for Drugs and Drug Addiction, EMCDDA)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는 영국에서 16~24세 사이 젊은 층이 대마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며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아산화질소 중독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가 100건 이상 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2023년부터 아산화질소의 오락적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산화질소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7년 8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환각물질로 분류하고, 오락적 사용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아산화질소 왜 문제일까?체내로 흡수된 아산화질소는 혈액에 쉽게 녹아들어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를 감소시킨다. 그 여파로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현상은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며 발생하는 일시적인 효과다. 따라서, 아산화질소를 오남용하면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DNA 손상과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4월 한 20대 남성이 해피벌룬 속 아산화질소를 과다 흡입해 호흡저하로 사망하는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산화질소 오남용은 비타민 B12 결핍을 유발해 신경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하대병원과 일산 동국대병원 공동연구진이 2020년 9월 대한신경과학지에 공개한 연구보고서에는 아산화질소 남용으로 인해 척수신경병(Myeloneuropathy)이 생긴 23세 남성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또한, 지난 23일 영국 신경과전문의협회(Association british neurologists, ABN)가 발표한 아산화질소 중독 관련 의료지침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는 뇌와 신체 반응을 느리게 하며 만성적인 오남용은 척추 뒤쪽에 있는 신경 보호망과 목, 폐를 영구적으로 손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닥 복약상담 주준경 약사(하남다나약국)는 "아산화질소 오남용은 신체에 영구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아산화질소를 오락적으로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약사 주준경 약사(하남다나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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