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11살 소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igh pathogenicity avian influenza, HPAI)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 미국 로이터 통신(Reuters) 등 다수의 외신은 캄보디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캄보디아 동남부에 살던 11세 소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에 감염되어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소녀는 39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여 수도 프놈펜에 있는 국립 소아병원(National Pediatric Hospital)으로 옮겨졌고, 검사 결과 H5N1 양성 판정을 받았다. 캄보디아 방역 당국은 "소녀가 어떤 경로로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는지 알 수 없지만, 거주지 근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사한 야생동물 사체 다수를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소녀의 아버지가 처음에 조류인플루엔자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그를 포함한 가족 4명과 접촉자 25명 등 총 29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다"라고 전하며, "현재 캄보디아에서 추가적인 조류인플루엔자 양성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사망사건 직후 바이러스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이번 바이러스는 현지의 조류인플루엔자 풍토병군으로 확인되었으며, 사람 간 전염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표했다. 캄보디아 파스퇴르 뒤 캄보지 연구소(Institut Pasteur du Cambodge) 에릭 칼손(Erik Karlsson) 소장도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수년 동안 현지에서 발견되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이번 사망사건의 주범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발표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이번 사례에 우려를 표시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비 브리앙(Sylvie Braind) ) WHO 범유행전염병국장은 "2021년 하반기에 유럽에서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사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와 사람의 감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아직은 사람 간 감염 위험이 크지는 않지만 포유류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 증가는 사람 감염 위험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각국은 이 바이러스의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실제로 최근 포유류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 감염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약 716마리의 바다사자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떼죽음을 당했으며, 미국 콜로라도 국립공원에서도 야생 퓨마와 흑곰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죽기도 했다.영국 보건안전청(The UK Health Security Agency, UKHSA)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포유류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감염된 조류를 포식하거나 접촉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포유류 간 감염에 대한 근거가 여전히 빈약한 상태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이런 속도로 포유류의 감염 사례가 증가하면, 사람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라고 경고했다.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에 들어서 지금까지 870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 사람 감염 사례와 457건의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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