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활동으로 신체 회복, 에너지 보존, 호르몬 분비, 기억 저장 등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하루만 잠을 제대로 못 자도 다음날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심혈관계 건강이 나빠지고,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인 비만이 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적정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서민석 교수(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는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며, 적정 수면시간을 유지하지 못하면 당뇨, 심장질환,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수면은 이타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도 수면은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화요일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 바이올로지(Public Library of Science Biology, PLoS Biology)에 기고된 논문을 살펴보면, 수면 부족이 이기적인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연구진은 수면이 사람의 행동과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3가지 다른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수면과 타인을 위하는 마음인 이타심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수면과 이타심에는 큰 연관성이 존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인 에티 벤 시몬 (Eti Ben Simon) 수면 과학 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수면이 사람의 성격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밝히며, "단 한 시간이라도 잠이 모자라면 사람은 타인을 돕는 행동을 주저하며 반사회성이 커진다"라고 전했다.연구진은 첫 번째 근거로 자체 분석한 2010~2016년까지의 미국 전역 기부금액 흐름을 제시했다. 자료를 살펴보면 일정 기간 동안만 미국의 전체 기부금액이 평균 보다 약 10%가량 감소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이는 데이라이팅 세이빙 타임(Daylight Saving Time)이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이러한 기부금액 감소 현상이 데이 라이팅 세이빙 타임을 사용하지 않는 일부 주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근거는 연구 참가자들의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이었다. 연구진은 충분한 수면을 취한 뇌 활동 영상과 잠을 전혀 자지 못한 뇌 활동 영상을 비교 분석했을 때, 이타심과 공감, 사회화를 나타내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ToM)과 관련 있는 뇌 영역에 차이점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수면이 부족했을 때 친사회적 신경 네트워크의 활동량이 비교적 감소한 것. 마음 이론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 능력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유아기 시절 사회화와 함께 발달한다. 마음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하다. 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으로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서 마음 이론 결함이 관찰된다. 마지막 세 번째 연구에서 연구진은 약 100여 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3~4일 동안 참가자들의 수면을 관찰했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이타심이 수면의 양보다는 수면의 질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티 벤 시몬과 함께 연구를 공동 주도한 메튜 워커(Matthew Walker) 심리학 교수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수면의 양과 수면의 질 모두 사람의 정서적,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이타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수면의 양보다는 수면의 질의 영향력이 좀 더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워커 교수는 현대사회의 수면 부족 현상을 비판했다. 워커 교수는 "선진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수면의 양과 수면의 질이 함께 부족하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현상을 '범세계적 수면부족 대유행(Global Sleep-Loss Epidemic)'라고 불렀다. 교수는 "이미 다양한 연구가 수면 부족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건강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수면 부족이 타인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의 본능과 사회성마저 앗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본인의 적정 수면시간 확보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평일 6.7시간, 주말 7.4 시간으로 세계 평균 수면 시간인 평일 6.9시간, 주말 7.7시간과 비교해서 현저히 짧다. 수면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활동임을 고려하면, 대한민국과 세계 평균 수면 시간 사이의 격차는 매우 크다.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의 적정 수면시간을 찾기 위해 여전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적정 수면시간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7~8시간 사이가 일반적인 적정 수면시간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에는 몇 가지 근거가 존재한다.핀란드 헬싱키대학(The University of Helsinki) 의대 연구진의 발표를 살펴보면 수면 시간이 7시간 이하인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세포 내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가 원활하게 이루지지 않는다. 또한 미국 워싱턴 대학교(The University of Washington) 데이비드 홀츠먼(David Holtzman) 교수 연구진도 "하루에 5.5~7.5시간 이하의 수면시간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진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연구진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수면장애 환자 4,225명을 분석한 결과 불면증이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8배가량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혈압이 낮아지지 않아 교감신경계가 과하게 활동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졌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연구진도 2016년 하루에 8시간 잘 때보다 4시간 잘 때, 지방 섭취량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열량 섭취량이 1.5배 이상 증가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서민석 교수 (가톨릭대학교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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