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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쉬운 신경질환사전] 웃을때 갑자기 통증이 생긴다면?...‘삼차신경통’
[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A씨는 57세 여성으로, 4개월 전부터 좌측 위쪽 송곳니가 시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치아 통증으로 치과를 방문했고, 충치가 발견되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큰거리는 통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통증의 빈도가 적어 병원을 더 방문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나, 점차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습니다. 차가운 물을 마시거나 이를 닦을 때 왼쪽 송곳니와 그 주변에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점점 음식물을 씹을 때에도 통증이 생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체중이 5kg이나 빠지고 심한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삼차신경통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뚜렷해진다|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위 예시는 전형적인 삼차신경통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론을 시작하기 전 전형적 증례를 설명한 이유는, 삼차신경통을 걱정해서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삼지창을 닮은 '삼차신경'

삼차신경통에 대해 설명하려면 우선 '삼차신경'이 무엇인지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삼차신경은 한자어로서 본래 三叉神經입니다. 뇌신경 12쌍 중에서 5번째에 해당되며 뇌간의 중앙부인 뇌교에서 시작합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비슷한 형태라고 하여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뇌교에서 출발한 삼차신경은 뇌신경 중에서도 무척 굵은 편에 속합니다. 출발 후 두개골을 통과하기 직전 3개의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 가지는 이마·윗눈 커플·콧등, 두 번째 가지는 측두부·뺨·윗입술, 그리고 세번째 가지는 귀 앞쪽·아래턱·아래입술 부위의 감각을 지배합니다. 물론 좌우 각각입니다. 정수리의 뒤쪽에서 후두부에 이르는 부분은 경추 2번 신경 뿌리에 지배됩니다.즉 뇌신경의 영역이 아니라 척수신경의 영역입니다. 안면통을 감별진단할 때 의외로 이 신경지배역의 구분이 중요합니다. 삼차신경의 일부는 씹는 기능을 하는 저작근의 운동을 지배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신경통과 큰 관련이 없어 자세한 기술은 생략하겠습니다.



시큰거리는 삼차신경통

대개의 삼차신경통은 하나의 가지에 의해 지배되는 영역에 발생합니다. 양측 얼굴이 다 아프거나, 한쪽 얼굴 전체가 아프거나, 한쪽 얼굴에서 서로 떨어진 영역이 동시에 아프다면 삼차신경통으로 보기 힘듭니다. 더불어 안면과 뒷머리 동시 통증 역시 삼차신경통의 증상과 비슷해도 삼차신경통이기 어렵습니다. 교과서나 의학 서적에 따르면 대부분 신경통을 저린 양상의 통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삼차신경통을 진짜 저리다고 표현하는 환자는 소수였습니다. 아마 사람마다 통각 신경의 기능이 약간씩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시큰거린다고 표현했으며, 증상을 근육통처럼 표현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삼차신경통 임상적 진단의 핵심은, 신경 영역의 특정 부위를 자극했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이나 칫솔이 치아나 잇몸을 자극할 때', '세수 혹은 면도 혹은 화장을 하면서 얼굴의 특정 부위를 만질 때' 통증이 있고 반복된다면 삼차신경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신경통 증상이 심할 때에는 웃거나 말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핵심 증상도 처음에는 애매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되는 삼차신경통

삼차신경통은 사실 흔한 질환이 아닙니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명 정도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요 발병 연령은 대개 중년 이후이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좀 더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의 일부가 무엇인가에 의해 자극될 때 발생합니다. 90% 이상의 경우 뇌간 주변의 비정상적으로 휘어진 작은 동맥의 맥박이 삼차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있어서 반측 안면경련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종종 신경 주변의 염증, 각종 양성·악성 종양에 의해서도 발병되는 경우도 있으며 다발성 경화증 때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삼차신경통 치료

삼차신경통은 병태생리적으로 동맥의 박동에 의한 물리적인 신경에의 자극에 기인하지만, 비교적 약물치료에 잘 반응합니다. 독보적으로 잘 듣는 약은 카바마제핀(Carbamazepine)이라는 항전간제입니다. 복용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졸릴 수 있어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늘리면서 처방하여 증상을 조절합니다.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1% 미만에서 심각한 두드러기 및 백혈구 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처방하는 신경과 전문의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이 약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프레가발린(Pregabalin), 가바펜틴(Gabapentin), 아미트리프틸린(Amitriptyline) 등 신경통에 흔히 쓰이는 다른 약들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근본치료가 아닌 대증적 치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장기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반측 안면경련 때와 마찬가지로, 혈관과 신경 사이를 벌려주는 미세혈관 감압술입니다. 그러나 성공률이 90%대 초반이며, 청각이상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어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장비 등이 관리가 잘 되어있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삼차신경절 (삼차신경세포들의 몸통이 모여있는 곳) 자체를 파괴하는 시술도 하였지만, 파괴 후 오히려 다른 양상의 심한 신경통이 발생하여 최근에는 시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삼차신경통은 결코 흔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약물치료에 반응을 잘 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이외의 타과에서도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이비인후과나 치과에서 이 병을 의심해 신경과 진료를 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오랫동안 고생을 했었던 병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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