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에 먹은 음식은 다 살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실이다. 미국 내분비학회 학술지인 '임상 내분비학·대사 저널(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2020년 발표된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저녁 식사 시간에 따라 대사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연구진은 20명의 건강한 성인을 1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각각 오후 6시와 오후 10시에 저녁을 먹게끔 했다. 아울러 실험 2주간 참가자 모두에게 탄수화물 50%, 지방 35%로 구성된 고열량 음식을 같은 양 제공했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도 같았다. 두 그룹 모두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났다.연구진은 아침, 저녁으로 참가자의 혈당, 중성지방, 유리지방산 등을 알기 위해 혈액 검사를 시행하고 체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똑같은 것을 먹어도 늦게 저녁을 먹을수록 혈당 수치는 높아지고 지방 연소량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0시에 저녁 식사를 한 그룹은 오후 6시에 식사한 그룹보다 혈당은 약 18% 높았고, 지방을 태우는 정도는 약 10% 낮았다. 참가자 모두 건강한 상태였지만, 저녁을 늦게 먹은 사람일수록 비만인이나 당뇨 환자와 비슷한 신진대사를 보인 것.연구진은 저녁을 늦게 먹을수록 그 시간만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뒤로 미뤄야 하지만, 취침 시간이 늦어지면 전체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서 쉽게 살이 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이 부족하면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인슐린 반응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Northumbria University Newcastle)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도 수면을 4시간으로 제한하면 인슐린 반응이 저하됐다. 수면 부족이 만성화되면 혈당이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고 체내 지방으로 축적됨으로써 살찔 확률이 높아진다.저녁을 늦게 먹을수록 비만, 당뇨 같은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커지므로, 저녁 식사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 시간에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없다면 아침과 점심의 양을 늘리고, 저녁에는 평소 식사량의 80% 이하로 먹는 것이 좋다. 많이 먹지 않아 허기가 진다면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처럼 식감이 살아있는 채소를 저녁 식단에 포함하면 포만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