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휴식은 능률을 향상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휴식이야말로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일의 능률을 높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여기서 말하는 휴식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조명을 낮추고 편안한 자세로 보내는 잠깐의 명상 같은 것 말이다. 굳이 새로운 정보 습득을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학습 후 혼자 고요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간단하게 장·단기 기억력을 키울 수 있다. 뇌가 충전 및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이 암기법은, 내재된 학습 기억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기억상실증 환자와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하나의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1900년 독일의 심리학자 게오르크 뮐러(Georg Muller)와 알폰스 필체커(Alfons Pilzecker)가 처음 발견한 간격 효과(Spacing effect)라고 부르는 이 '무행위'의 암기법은 충분한 휴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 뇌의 휴식과 기억력 형성에 방해가 되는 모든 활동을 줄여야 한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이재원 원장(이지브레인의원)도 기억력 향상과 회복에 방해되는 요소로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 '불규칙한 수면', '과음 및 흡연'을 꼽았다. 그러면서 "특히, 수면은 뇌에게 쉬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기억력 향상을 위해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연구진은 휴식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아무 뜻도 없는 음절을 외우게 했다. 그 후 한 그룹에는 바로 다음 암기 목록을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학습 전 6분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한 시간 반이 지난 후 두 그룹은 전혀 다른 학습 결과를 보였다. 6분의 휴식을 취한 그룹은 학습 목록의 50%를 기억했다. 반면, 휴식 시간 없이 계속 학습을 진행한 그룹은 학습 내용의 28%만을 기억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정보를 뇌가 학습할 때마다 방해요소가 많으면 초기에 학습한 정보를 쉽게 잊는 경향을 보였다.그 후, 200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교(The University of Edinburgh)와 미국 미주리 대학교(University of Missouri) 합동 연구진은 위 연구를 조금 더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뇌졸중으로 인해 뇌 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15개의 단어를 알려준 다음, 휴식 시간을 주고 10분이 지난 뒤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짧은 휴식이라도 기억력과 인지능력 향상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휴식을 취한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기억하는 단어는 14%에서 49%로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휴식은 뇌 손상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학습 능력을 일반인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라고 말했다. 또한, 후속 연구에서도 휴식이 일반인의 기억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휴식은 일반인의 공간 기억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휴식의 영향은 뇌졸중 환자뿐만 아니라,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인지 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었다.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가 주도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휴식 중의 신경 재생을 통한 기억력 강화는 수면 중의 기억력 강화 효과보다 약 4배나 빨랐다. 재미있는 점은 휴식 중의 재생 횟수가 얼마나 기억력이 향상되는지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휴식 중 신경 재생 횟수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력이 더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휴식 시간은 뇌가 방금 학습한 것에 대한 기억을 압축하고 강화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재원 원장 (이지브레인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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