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6월 10일,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SF 영화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이 개봉되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쥐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던 것과 별개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어린 시절부터 책에서만 읽었던, 장난감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공룡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어린 시절 공룡과 같은 고생물에 큰 흥미를 보이는 시기가 있다. 많은 어린이들이 공룡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고생물학자의 꿈을 키우고는 한다. 어떤 아이들은 공룡이 실제로 살아있다고 믿기도 하며, 어떤 아이들은 집안 전체를 공룡으로 꾸미며 공룡 옷이 아니면 입지도 않는다. 왜 어린아이들은 이렇게까지 공룡에 진심인 것일까? 미국소아과학아카데미(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AAP) 아서 라빈(Dr. Arthur Lavin) 박사는 “아이들이 공룡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형성한다"라고 말했다. 3세에서 4세 사이의 아이들이 ‘상상 기반 놀이(Imagination-based play)’라고 불리는 ‘과잉 수정 시기(Hyperfixation)’를 겪게 되는데, 이 시기에 ‘요정’, ‘괴물’, ‘공룡’과 같은 주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신생아는 생후 첫 3개월 동안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며, 첫 한해 동안은 ‘자아’에 대한 명확한 감각이 없다. 아기는 생후 약 18개월부터 3살까지 자아 감각을 키우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세상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 후 자신의 자아 감각을 명확히 정의하며, 자신의 새로운 자아 감각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데, 자아를 형성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신이 만든 가상 세상에 자신의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라빈 박사는 “아이가 이러한 시기를 겪을 때 이미 멸종해서 세상에 없는 공룡이나 요정은 아이가 만든 가상 세계의 창조물로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기하게도 이렇게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도 외우기 어려운 공룡의 이름이나, 공룡에 대한 특징들을 줄줄이 외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예일의과대학교(Yale School of Medicine) 아동연구센터 엘리 르보위츠(Eli Lebowitz) 부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어린아이가 3~4세 때 고급 단어를 배우는 것은 자연 발달 과정의 일부이며 어른들에게 십여 종의 공룡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매일 언어 능력을 개발하고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때문에 더 쉽다”라고 말했다.
미국소아과학회에 따르면, 놀이는 아이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는 언어, 사회 발전, 초기 수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놀이를 통해 배운다. AAP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성인도 아이들과의 놀이에 참여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아이들의 놀이에 참여할 때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과 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부모의 경우 자녀와 놀이를 통해 부모-자녀 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르보위츠 부교수는 “아이의 발달을 위해 아이가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아이의 흥미를 최대한 사용하고, 아이가 또 다른 주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의 공룡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데, 라빈 박사는 “아이들의 공룡과 자신의 가상 세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5~6세 무렵 사라지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라빈 박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공룡 사랑은 아이들이 관심을 현실로 돌리고 자신들이 배운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들만의 현실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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