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난 19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대거 푸는 ‘자유의 날’을 맞았다.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다시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선 영국 정부는 주목할 만한 예외를 두었다. 프랑스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하였더라도 열흘간의 의무 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보건부는 이에 대해 “프랑스에서 베타(남아공발) 변이가 퍼지는 데 따른 예방 차원”이라고 했다.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전청(HSA) 청장은 “백신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백신 접종이 변이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라고 강조했다.
‘베타 변이’란? B.1.351로 알려진 ‘베타 변이’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베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더 단단히 결합하도록 돕는 여러 돌연변이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베타 변이는 E484K 돌연변이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484K 돌연변이는 브라질에서 처음 확인된 ‘감마 변이’와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를 포함해 여러 변이에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두 베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베타 변이’, 왜 ‘우려’되는 것일까? 과학자들과 보건 관계자들은 베타 변이가 남아프리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보고 크게 걱정했다. 그들의 우려는 베타 변이가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의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것이 나타남으로써 더해졌다. 남아프리카는 지난 2월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베타 변이에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배포를 중단했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에 베타 백신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변이의 위협이 확연히 커지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더 쉽게 퍼지고, 백신이 생성한 면역계를 회피하고, 더 심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행히도 베타 변이는 세 가지 요건은 모두 충족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로 숙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베타 변이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의 표면 형태가 많이 달라져 인간 세포에 더 단단히 결합하지만 결합의 효율성 자체는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베타의 감염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는 50% 향상되었지만 다른 변이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베타 변이’, 어느 지역에서 흔히 보일까? 베타는 현재 123개국에서 보고되었지만 델타 변이에 비하면 널리 퍼진 편은 아니다. 변이의 등장 초기에는 베타 변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감염 사례의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남아프리카 전역으로 널리 퍼졌다. 하지만 더 이상 베타 변이는 지배종이 아니다. 지난 4주동안 보고된 확진 사례의 5.6%만이 베타 변이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이 ‘베타 변이’에 효과적으로 나타날까? 베타 변이는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이 있어서 백신 효과가 제일 낮은 변이 바이러스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은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의 결합을 차단하게 디자인됐다.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백신 효과가 잠정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의 중화 항체는 베타 변이와 결합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베타 변이가 백신을 맞은 접종자의 면역계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전체 감염의 절반을 베타 변이 바이러스가 차지했던 카타르의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베타 변이에 72~75%의 예방 효과가 있다. 그러나 mRNA 백신은 베타 변이 감염의 중증도와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베타가 지배적이었을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64%의 효능을 보였으며, 중증질환 예방에는 82%의 효능을 보였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이 수치보다 떨어지는 10.4% 예방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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