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몸속 염증 수치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핀란드대학교 의과대학 보건과학부 공중보건 및 임상영양연구소 연구팀은 전국 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해, 체지방이 늘기 시작하는 단계부터 심혈관·신장·대사 질환(CKM 증후군)이 함께 나타나는 중증 단계까지 단계별로 염증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신장·대사 질환을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새로운 분류법에서, 염증이 가장 초기 단계부터 질환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2015~2018년 미국 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중 공복 혈액검사를 받은 4,315명을 분석했다. 이는 가중치를 적용하면 미국 성인 전체를 대표하는 규모다. 참가자들은 체중, 혈압, 혈당, 신장 기능 등을 종합해 0단계(위험 요인 없음)부터 4단계(심혈관·신장·대사 질환이 함께 나타남)까지 5단계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각 단계별로 염증 수치(고감도 C 반응 단백질, 몸속 염증 정도를 보여주는 혈액 지표)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했다. 그리고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다음 단계로 넘어갈 위험이 얼마나 더 큰지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 염증 수치는 가장 건강한 0단계에서 1.09mg/L였는데, 체지방이 늘기 시작하는 1단계에서는 2.06mg/L로 뛰어올라 89%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단계를 통틀어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이후 2단계(2.75mg/L), 3단계(2.80mg/L), 4단계(2.79mg/L)에서는 더 이상 크게 오르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0단계에서 1단계로 넘어갈 위험이 1.76배 높았다. 반면 단계가 진행될수록 염증 수치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어, 가장 마지막 단계(3→4단계)로 넘어갈 때는 염증 수치와의 연관성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살이 찌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지방세포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해 염증 수치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병이 더 진행된 단계에서는 이미 여러 질환이 겹쳐 있어 염증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염증 수치만으로는 그 영향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병이 진행된 환자일수록 콜레스테롤 약이나 혈압약, 당뇨약처럼 염증 수치를 함께 낮추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염증 정도가 가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이 염증 수치를 몸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로 봐야지, 치료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이 수치가 염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약으로 이 수치 자체를 낮춘다고 해서 심혈관·신장·대사 질환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동핀란드대학교(미국 러트거스대학교 겸임) 더글러스 R. 코르시(Douglas R. Corsi) 박사는 "이번 결과가 심혈관·신장·대사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는 과정에 염증 수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라며 "다만, 이번 연구는 한 시점만 들여다본 조사라서 염증이 실제로 질환 진행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단순히 함께 나타나는 현상인지는 확정할 수 없어, 염증을 겨냥한 예방 전략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High-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across the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syndrome spectrum: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urvey-weighted analysis of US adults: 심장·신장·대사 증후군 스펙트럼 전반에 걸친 고감도 C반응단백질: 미국 성인 대상 전국 대표 설문 가중 분석)는 2026년 9월 국제 학술지 '유럽 예방 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게재됐다.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