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예년보다 이른 폭염이 예고되면서 에어컨 등 실내 냉방기 사용이 늘고 있다. 이 시기 에어컨 냉기는 생리 중인 여성에게 뜻밖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장시간 냉방 환경에 노출되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골반 주변 혈관이 수축하고, 자궁으로 향하는 혈류가 감소해 생리통이 평소보다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궁근종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여성이라면 생리통이 더 심할 수 있다. 근종으로 인해 이미 과잉 분비된 통증 유발 물질이 혈관 수축으로 더욱 정체되고, 이것이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민우 원장(청담산부인과)과 함께 여름철 생리통이 악화되는 원인, 그리고 상황에 맞는 진통제 선택법을 살펴본다. 에어컨 바람·찬 음식, 자궁 혈관 수축시켜 생리통 악화 체온이 떨어지거나 찬 음식을 섭취하면 몸은 심부 체온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골반과 자궁 주변 혈관도 예외 없이 수축하고, 자궁 근육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허혈 상태가 나타난다. 김민우 원장은 "산소가 부족해지면 노폐물과 통증 유발 물질이 혈액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자궁 주변에 고이게 된다"며 "혈액순환이 정체되면 몸은 생리혈을 밀어내기 위해 통증 원인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평소보다 더 많이 분비한다. 이 물질이 자궁 근육을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수축시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환자, 생리통 더 심해... 냉방으로 통증 심해져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 생리통의 양상은 일반적인 통증보다 더 강도가 높을 수 있다. 김민우 원장은 "정상 자궁은 생리혈만 밀어내면 되기에 적당량의 프로스타글란딘을 분비하지만, 자궁 내벽이나 근육층에 근종이 있으면 몸이 이 덩어리를 거대한 이물질로 인식해 정상 수치보다 몇 배 많은 프로스타글란딘을 분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근종 자체가 주변에 만성 염증 상태를 형성하고, 이 염증이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추가로 촉진한다. 김 원장은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까지 염증 물질에 의해 예민한 상태가 되어 작은 수축에도 훨씬 큰 통증을 느끼게 된다"며 "여름철 냉방으로 혈관 수축까지 더해지면 통증 물질이 갇혀 정체되면서 경련성 통증이 더욱 극심해진다"고 말했다. 생리통엔 아세트아미노펜보다 'NSAIDs' 유리... 통증 원인 물질 차단 두통이나 발열 때 복용하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생리통에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생리통의 발생 기전을 고려하면, 소염 작용이 약한 아세트아미노펜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더 유리할 수 있다. NSAIDS는 생리통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해 자궁 수축과 통증을 완화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김민우 원장은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효소인 시클로옥시게나제(COX)를 NSAIDs가 직접 억제하기 때문에 프로스타글란딘 생성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근종으로 이미 염증 수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생리까지 시작되면 통증이 배가되는데, NSAIDs가 이 과잉 염증 환경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라며, "다만 진통제가 근종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닌 만큼 통증이 극심하다면 검진을 받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종 겹쳤다면 '파마브롬' 복합제... 온열 패치 병행하면 시너지↑ 생리 기간에는 황체호르몬의 영향으로 체내 수분과 나트륨 배출이 정체되면서 하복부 팽만감과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소염진통 성분 단일제보다 이뇨 작용을 돕는 파마브롬 성분이 포함된 복합 진통제를 선택하면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민우 원장은 "파마브롬 복합 NSAIDs 진통제는 통증 완화에 더해 부종을 줄여 골반 내 압력 자체를 낮춰주기 때문에 진통 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실내 냉방으로 인해 하복부가 차가워진 상태라면 온열 패치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면 수축됐던 혈관이 확장되고 골반 내 혈류 순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냉방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려운 사무실이나 대중교통에서는 옷 위에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 온열 패치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통증 지속되면 산부인과 검진 필수... 자궁 건강 상태 주기적 점검 필요 만약 진통제와 온열 요법을 병행했음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지속된다면,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생리통은 기저 질환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과, 자궁근종·자궁선근증·난소낭종·자궁내막증 등 부인과 질환에서 비롯되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김민우 원장은 "진통제는 두 유형 모두에서 통증을 줄여주지만, 이차성 생리통을 일으키는 질환들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자궁근종은 무증상인 경우도 있어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며 "부인과 질환은 주로 하복부 초음파, 필요시 MRI로 질환 유무와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으로 자궁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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