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많은 이들이 뇌 질환이나 큰 이상을 먼저 걱정한다. 하지만 특정 자세에서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이석증'일 수 있다. 이석증은 귀 안쪽 균형기관에 있어야 할 미세한 칼슘 입자가 제자리를 벗어나 발생하는 질환으로, 머리 위치 변화에 따라 극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장규호 원장(원이비인후과)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이 돌이 반고리관 내 내림프액을 출렁이게 해 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이로 인해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이석치환술을 받으면 빠르게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에게 이석증의 주요 증상과 종류,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석증'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이석증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BPPV)'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 귀 안쪽에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난형낭, utricle)이 있는데, 여기에 있어야 할 미세한 칼슘 가루인 '이석(otoconia)'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으로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이 돌이 반고리관 내의 내림프액을 출렁이게 하여 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이로 인해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주된 증상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특징은 '자세 변화에 따른 짧은 어지럼증'입니다. 누웠다 일어날 때, 침대에서 돌아누울 때, 고개를 숙이거나 젖힐 때 주변이 도는 듯한 극심한 현훈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보통 1분 이내로 가라앉죠.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나 식은땀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다른 어지럼증 질환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석증과 다른 질환과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이명이나 청력 저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귀가 먹먹해지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석증보다는 메니에르병 같은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이석증도 돌의 위치나 상태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돌의 상태(병태생리)에 따라 이석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관내결석증(Canalithiasis)입니다. 이석이 내림프액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입니다. 자세를 바꾼 후 1~5초 정도의 잠복기가 있다가 1분 미만의 짧은 어지럼증(Transient nystagmus)이 나타나고, 반복하면 피로 현상으로 증상이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팽대부릉정결석증(Cupulolithiasis)입니다. 이석이 반고리관 내의 감각기관인 팽대부릉정(cupula)에 아예 달라붙은 상태입니다. 잠복기가 거의 없고, 1분 이상 어지럼증이 지속(Persistent nystagmus)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며, 주로 어느 반고리관에 문제가 생기나요?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디에 이석이 들어갔는지에 따라 안진(눈떨림)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체위성 안진 검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후반고리관(PC-BPPV)이 전체의 60~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딕스 홀 파이크 검사(Dix-Hallpike test)로, 이를 확인하는데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진닪나는 대표적인 검사입니다. 주로 튀는 안진(Torsional & Upbeating nystagmus)이 나타납니다.
그 다음으로는 전체의 10~30%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측반고리관(HC-BPPV)이 해당합니다. 이 유형은 앙와위 머리 돌림 검사(Supine Roll Test)로 진단하며, 안진이 땅을 향하는지(Geotropic) 하늘을 향하는지(Apogeotropic)에 따라 세부 병변을 감별합니다. 전반고리관(AC-BPPV)의 경우, 매우 드물게 발생합니다. 주로 아래로 튀는 안진(Downbeating nystagmus)을 보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요? 이석증은 약을 먹지 않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물리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석치환술(CRM)'이라고 합니다. 의사가 환자의 머리를 특정 각도로 움직여 빠진 이석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시술입니다. 보통 1~2회 치료로 90% 이상 완치됩니다. 가장 흔한 후반고리관 이석증은 이석정복술(Epley maneuver)를 표준으로 사용합니다. 귀 안 세반고리관에 떨어진 이석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치료하는 물리치료 요법입니다. 경추 질환이 있다면 세몽 기동(Semont maneuver)을 씁니다. 이는 세반고리관에 떠돌아다니는 이석을 원래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물리적 시술입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 어지럼증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극심한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완화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단기 처방할 수 있습니다.
치료 이후에도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정복술 성공 후 안진이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미세한 잔존 어지럼증이나 불안정감(Residual Dizziness)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이석기관의 미세한 기능 저하 또는 중추신경계 적응 지연 때문이며, 필요시 전정재활운동(VRT)이나 베타히스틴 같은 약물을 단기 처방하면 호전됩니다.
치료 후에는 다음 세 가지를 꼭 지켜주세요: 1) 치료 당일엔 고개를 갑자기 숙이거나 젖히는 동작, 격렬한 운동은 피하세요. 2) 치료 이후 당분간은 평소보다 베개를 높게 베고 천장 방향으로 똑바로 누워 주무시는 것이 이석 이탈 예방에 좋습니다. 3)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벽이나 가구를 잡고 가만히 계셔서 낙상 사고를 막아야 합니다. 만약, 증상이 재발할 경우, 골다공증 및 비타민 D 결핍과 연관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혈중 비타민 D 레벨(Serum 25(OH)D) 스크리닝 및 칼슘/비타민 D 보충 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집에서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자분들께 늘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유튜브 등 자가 치료법을 함부로 따라 하지 마시라"는 점입니다. 이석이 어느 관에 들어갔는지 정확한 진단 없이 머리를 흔들면, 이석이 귀 깊숙이 더 들어가 증상이 심해지거나 다발성 침범(Multi-canal BPPV)으로 이어져 치료가 매우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석증은 겪을 땐 매우 공포스럽지만,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이석치환술을 받으면 아주 빠르게 호전되는 질환입니다. 안심하시고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편안하게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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