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한 지 5주 만에 우울 증상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랭스대학교 파비앵 르그랑(Fabien D. Legrand) 교수팀은 중등도에서 중증 우울증을 겪는 성인 64명을 대상으로 '노르딕 워킹(전용 스틱을 짚으며 걷는 운동)'의 효과를 10주 동안 살폈다. 운동이 우울증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증상이 '언제부터' 좋아지는지를 시간 흐름에 따라 들여다본 점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연구팀은 참가자 64명을 노르딕 워킹을 하는 그룹(48명)과 운동을 하지 않는 비교 그룹(16명)으로 나눴다. 운동 그룹은 10주 동안 매주 두 차례, 한 번에 1시간씩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걸었다. 운동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5~75% 수준으로, 숨이 약간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정도였다. 우울 증상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 5주째, 10주째에 각각 '벡 우울 척도(BDI-II)'라는 설문으로 측정했다. 이 설문의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운동 그룹의 우울 점수는 시작 전 평균 27점에서 5주째 약 17점으로 떨어졌고, 10주째에는 약 13점까지 낮아졌다. 반면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26점에서 24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좋아진 정도의 대부분이 앞쪽 5주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10점 가까이 떨어진 전체 호전 폭 가운데 약 10점이 첫 5주에, 이후 5주에는 3~4점 정도만 추가로 줄었다. 운동의 효과가 초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증상이 심한 사람일수록 더 빠르고 크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중증 우울증 참가자는 첫 5주 동안 우울 점수가 평균 14점가량 떨어진 반면, 중등도 참가자는 약 6.5점 줄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5주 만에, 운동 그룹에서는 중등도 환자의 50%, 중증 환자의 45%가 '치료 반응'(증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을 보였지만,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단 한 명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힘든 사람이 운동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빠른 호전이 나타나는 이유로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운동을 하면 우울 증상과 관련된 몸속 염증 물질이 며칠 만에 줄어들고, 운동을 통해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나 자존감이 빨라야 1~4주 안에 높아진다는 기존 연구들이 근거다. 다만 연구팀은 이런 설명이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가설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노르딕 워킹이 5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특히 증상이 심한 사람들에게서 우울 증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빠른 증상 회복이 우울증 환자들이 우선으로 꼽는 치료 목표인 만큼, 이번 결과는 운동이 비용이 적게 들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울증 치료의 보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가자의 약 91%가 여성이었던 점, 약물 복용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 결과(Early antidepressant effects of supervised Nordic walking in adults with moderate to severe depress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중등도에서 중증 우울증 성인에서 지도하에 이뤄진 노르딕 워킹의 조기 항우울 효과: 무작위 대조 시험)는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어펙티브 디스오더스(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게재됐다.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