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이 엄마의 뇌를 변화 시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뇌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2016년 네덜란드와 스페인 공동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첫 아이를 가진 여성의 뇌는 전체적인 부피가 줄어들며 주로 신경세포가 모여있어 뇌의 중요 활동 대부분이 발생하는 회백질(Gray matter)과 기억·학습을 관리하는 해마(Hippocampus)가 감소한다. 이는 엄마가 되기 위한 적응 과정으로, 연구진들은 이러한 과정을 '뇌 신경 연결망의 미세조정(Fine-tuning of connections)'이라고 부르며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육아에 도움이 되는 변화"라고 말했다.
뇌의 크기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회백질에 일명 '회백질 가지치기(Gray matter pruning)'라는 현상이 발생해 필요 없는 기능은 줄이고 가장 중요한 신경세포 연결망들을 강화해 뇌 부위를 더 특화 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와 비슷한 현상은 아동기와 사춘기에도 발생한다"라고 말하며, "사춘기에 발생하는 뇌 신경 가지치기 현상은 사회성과 감정, 인지 기능을 강화해 준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Leiden University) 엘세리너 우크제마(Elseline Hoekzema)신경과학 교수는 "뇌 부위의 크기와 구조 변화는 출산 후 최소 2년까지 지속된다"라고 말하며, "회백질이 많이 감소한 여성일수록 태어난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아빠의 뇌도 임신과 출산에 큰 영향을 받아
첫 아이 출산은 아빠의 뇌에도 비슷한 변화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간혹 아빠도 산후우울증을 겪는다는 연구가 존재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그레고리오 마라논 보건연구소(The Gregorio Maranon Health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를 통해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면, 첫 자녀 출산 시 아빠의 뇌도 엄마의 뇌만큼 큰 변화를 경험한다. 연구진은 미국과 스페인에서 각각 자녀 출산을 앞둔 남성 20명씩을 모집해, 첫 자녀 출산 전과 후의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 후 대조군인 자녀가 없는 스페인 남성 17명의 뇌 사진과 크기, 두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첫 자녀 출산 후 아빠 뇌의 회백질이 평균적으로 1~2%가량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이러한 회백질 감소 현상은 주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불리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사람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 명상이나 멍한 상태에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아빠 뇌의 변화도 자녀와의 유대감을 키워 육아를 하기 위한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단, "이번 연구는 표본이 적어 더 많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연구가 임신과 출산이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더욱 심도 있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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