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는 정서적으로 취약하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다.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보며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가 본인을 조금이라도 어렵게 대하면 쉽게 자책한다. 또한 타인이 본인의 감정을 공감해 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있어,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관계와 상황을 악화시킨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아담 캐플린(Adam Caplen) 정신의학 및 신경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위로의 말은 독이 된다. 차라리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역시 "우울증 환자와 가볍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조언보다는 이야기 듣기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캐플린 박사가 말하는 우울증 환자에게 절대 하면 안 되는 최악의 위로의 말을 몇 가지 소개한다.
힘내
힘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를 응원할 때 사용하는데, 이 응원의 말이 우울증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미 힘을 낼 수 있는 마음의 동력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힘내라는 말은 우울증이라는 감정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캐플린 박사는 "힘을 낼 수 있어서 해결이 가능했다면, 이미 벌써 기운을 차렸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힘내라는 말보다는 힘들었겠다는 공감의 말이 더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네 감정은 네가 다스려야지
우울증 환자는 이미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감정을 다스리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울증을 과소평가한다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자존감을 한 번 더 깎아내리는 말이 될 수 있다.
가족을 생각해
가족은 분명히 살아가는 힘을 주는 존재이며, 마음에 평안함을 준다. 하지만 이미 정서적으로 취약한 우울증 환자에게 가족을 생각하라는 말은 우울증의 책임을 환자에게 돌리며 힐난하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만약 우울증이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의 싸움이라면, 그 누구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우울 증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시도했다가 오히려 본인이 현재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떠올리고 더욱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 대부분은 수면 부족, 무기력증, 식욕부진 등의 인지적, 신경학적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생각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우울증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어
가장 최악의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긍정적이지도, 오래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좋은 환경을 가진 사람을 보고 박탈감을 느끼는 현상이 발생해 우울증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말보다는 우울증 환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더불어, 우울증을 겪는 이유가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캐플린 박사는 "우울증 환자에게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 환자와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조언하며, 우울증 환자의 곁을 묵묵하게 지켜주는 방법을 추천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