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오늘은 흔하지만 증상이 애매해 진단이 어려운 어지럼증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바로 '경추성 어지럼증'입니다. 현대에는 경추성 어지럼증이 과거보다 더 흔해졌습니다. 이유인즉슨,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잦아지면서 목의 경부추와 목덜미가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증상
경추성 어지럼증은 보통 목덜미 근육이 경직되었을 때 나타나는 목덜미·뒷머리 통증과 함께 나타납니다. 이처럼 원인이 근육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어지럼증만 느끼는 환자도 10%가량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지럼증이 호전되는 동시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어지럼증과 비교해서 훨씬 더 증상이 모호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이 증상으로 여기를 와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말로 증상 설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증례를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40대 후반의 주부인 A 씨는 평소 오랜 시간 동안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봅니다. 그런데 병원에 방문하기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멍한 듯한 어지럼증이 시작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악화되었습니다. 문제는 증상은 있지만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넘어진 적도 없고 본인은 어지럽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상은 존재했습니다. 어지럼증이 아침에는 더 심했고, 종종 낮에도 발생했습니다. 증상의 지속시간은 그때그때 달랐는데, 심할 때는 누워있을 때도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속이 약간 울렁거렸지만 일반적인 현훈증과 비교해서 울렁거림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구토를 한 적도 없습니다. 평소 목덜미가 좋지 않아 마사지를 자주 받았고, 이번 어지럼증으로 인해 뒷문이 약간 불편해졌습니다. 다행히 다른 이상 증상은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어지럼증 증상이 말로 표현하기가 매우 난감하고 모호해 병원에 갈 정도인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병원에 방문하여 증상에 대해 '머리는 멍하고 걸을 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하고 땅은 푹신거려 중심이 잡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목덜미 근육에 의한 경추성 어지럼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멍하다', '띵하다'입니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공중에 붕 뜬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땅으로 훅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땅이 푹신하거나 물컹한 느낌이 든다' 와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특히 땅이 푹신하거나 물컹하다는 표현은 경험상 다른 어지럼증 환자에게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정말 가끔 정정기능의 장애처럼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원인은 목덜미 근육의 과도한 긴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목덜미 근육은 뇌의 지시를 받아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스스로 얼마나 경직되었는지, 어느 정도 길이로 수축되었는지를 뇌간의 전정신경핵을 포함한 뇌의 각 부분에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양방향의 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되며 '전정척수반사'라는 반응을 만듭니다. 전정척수반사는 머리가 움직이더라도 머리 밑의 부분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반사작용입니다.
목덜미 근육의 과도한 경직으로 인해 근육 길이에 대한 정보(고유감각)가 폭주하거나 전정척수반사에 악영향을 주게 되면 평형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어지럽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전청척수반사는 사람의 움직임에 기본 토대와 같은 것이라 완전히 고장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분만 고장 나 어지럼증의 정도가 다른 어지럼증과 비교해서 약한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원인
목 근육을 경직시키는 각종 문제는 경추성 어지럼증의 원인이 됩니다.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매우 많지만, 빈도가 가장 높은 원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추부 추간판의 문제: 내장증 혹은 탈출증-외상에 의한 목덜미 근육/인대의 염좌-자세 문제로 인한 목덜미 근육의 경직
여기에서 경추부 추간판 문제의 경우에는 아침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세 문제로 인한 근육 경직의 경우 오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공존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체형과 맞지 않는 책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낮아 경추부 추간판에 문제가 생겨 경추성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생활환경이나 습관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주면 쉽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치료
경추성 어지럼증은 간단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증상이 애매하고 진단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뇌 MRI와 전정기능 검사 등을 먼저 해 뇌의 다른 부분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 후에 다시 경추 영상 검사를 진행하는데요.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경추성 어지럼증 치료는 약과 물리치료가 기본입니다. 대부분 치료가 잘 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경추성 어지럼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만나면 간단한 치료부터 실행합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많은 검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경추성 어지럼증 치료를 시작하면 소염제나 근이완제 등의 복합적인 경구약 처방과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나 주사시술 등이 사용됩니다.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기 시작하면 보통 1~2주면 치료가 완료됩니다. 겉으로는 어지럼증처럼 보이지만 근육통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경추성 어지럼증은 진단이라기보다는 증상을 지칭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즉, 경추성 어지럼증일 때 반드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진단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대개의 경우 치료는 비교적 용이합니다. 단, 진단에 있어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각종 내과적 질환, 수면장애 및 불안장애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어지럼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진료를 할 때 이런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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