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신경과 의사로 활동한 저도 어지럼증 환자 진료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어지럼증은 환자의 설명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증상 중 하나입니다. 경미한 어지럼증은 누구나 느낄 정도로 흔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어지럼증의 원인을 가장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어지럼증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어지럼증 진료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대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중 하나가 표현입니다. 어지럼증 환자가 많은 만큼 어지럼증을 표현하는 단어도 환자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인터넷에서 어지럼증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수를 검색해도 100개가 넘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만큼 어지럼증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표현들이 어지럼증 설명에 사용됩니다.
-이유 없이 어지럽다.-천정이 돈다. 눈앞의 사물이 돈다.-머리가 핑 돈다.-배 탄 듯 출렁이는 것 같다.-순간적으로 어찔하다.-순간적으로 약간 균형이 안 잡히는 듯하다.-머리가 띵하다.-푹신한 바닥이나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몸을 움직일 때 왠지 뇌가 몸의 움직임을 늦게 인지하는 듯하다.
이외에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의 연령대와 거주 지역에 따라 표현 방법이 미묘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그 덕분에 다양한 표현으로 증상을 설명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더하자면, 과거 이석증을 앓았을 때 제가 느끼는 어지럼증 증상과 교과서에 읽었던 어지럼증 증상이 달라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지럼증은 원인도 다양하고 설명도 다양해 제대로 진단 내리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2010년도 미국에서는 어지럼증을 증상이나 양상보다는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상황에 주목하여 원인을 파악하라는 진료지침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면, '몸을 움직일 때 어지러운지',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있는지', '어지러움과 동반된 다른 증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지' 등에 더 주목하여 진단을 하라는 것입니다.
현훈증(Vertigo)
평형기능 장애의 일종인 현훈증은 원인도 표현도 광범위한 어지럼증을 대표하는 증상입니다. 학술적으로는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평형계는 귓속에 있는 전정기관(세발고리관, 난형낭, 구형낭)과 거기에서 시작되는 전정신경, 전정신경을 받아들이는 뇌간의 신경핵들과 소뇌, 이후 대뇌로 올라가는 각종 신경의 길, 최종적으로는 대뇌에서 가로로 접힌 부분의 안쪽인 섬피질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각 정보와 목덜미 근육의 길이에서 유추되는 머리의 방향성이 평형계의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너무나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대뇌 피질에도 그 기능이 분산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평형계는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전후좌우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표면적인 기능이고, 본질적인 기능은 중력에 대한 방향을 감지하여 신체가 수직·수평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평형계의 정보가 없다면 그 어떤 자세도 취할 수 없고 움직임에도 큰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저는 어지럼증의 증상이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평형계가 워낙 다양한 신경 시스템과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지럼증 환자를 진료할 때는 증상을 잘 정리하여 분류를 해야 합니다. 크게 △중추성 현훈증 △말초성 현훈증 △실신 전조증상 및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애매모호한 어지럼증 등 4가지로 분류하며, 경험이 충분한 의사라면 이 분류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어지럼증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주부터 위의 4가지 분류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전문의가 전하는 건강팁: 반신욕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 2회 미만으로 목욕을 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매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는 사람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은 28%, 뇌졸중은 26%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라도 매일 집에서 따뜻한 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을 권장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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