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마약'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과연 우리 한국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마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마약 남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이닥과 주준경(위례중앙약국) 하이닥 상담약사가 나섰다.
한때 인터넷에선 보디빌딩업계의 ‘약투’논란이 거셌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나’에 대한 논란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또 다른 궁금증은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인 것인가?’와 ‘류머티즘과 같은 만성염증질환을 치료하거나 피부질환을 치료할 때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데, 그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도 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크게 2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성호르몬과 구조나 효과가 비슷한 스테로이드가 있고, 신장 위에 존재하는 부신피질에서 주로 만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스테로이드가 있다. 전자는 근육 합성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고 불리는 약물이고, 뒤는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 ‘코르티솔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동화(同化)’를 뜻하는 아나볼릭(anabolic)과 스테로이드(steroid)가 합쳐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는 단어는 신체에 단백질이 충분할 때 근육을 증가시켜주는 스테로이드를 뜻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속한다. 단기간에 근력을 대폭 강화해 주고 체력 회복을 빠르게 도와주는 효과 인해 스포츠계에서 악용된다.이 때문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적절한 사용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금지되어 있다. 약물을 통한 경기력 강화(PED, Performance Enhancing Drugs)의 문제와 선수 생명의 보호를 위함이다. 최근에 러시아가 '귀부인'(Duchess)'이라는 이름의 약물 복용을 선수들에게 종용하다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선 러시아 선수단 전체가 출전 박탈을 당하기도 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남성성을 높이고 싶은 것은 모든 세대에 걸쳐서 존재하던 현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선수들은 동물의 고환을 섭취하였고,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정력제로 ‘해구신’을 먹기도 했다. 그러던 중 독일의 생화학자인 아돌프 부테난트(Adolf Butenandt)가 1931년에 소변에서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안드로스테론을 추출하였고, 스위스의 화학자인 레오폴트 루지치카(Leopold Ru?i?ka)가 1934년에 합성에 성공하였다. 두 과학자 모두 이 연구로써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근육강화 용도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형태는 냉전시절의 소련과 동독, 동유럽 등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사용되었다. 1958년 미국 FDA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반입을 승인하였고, 그 후 수많은 보디빌더와 역도선수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던 몇몇 선수들이 알레르기와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되었고, 이로 인해 197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금지했다.그러나 그 이후에도 스포츠계에서는 계속해서 이로 인한 잡음이 존재하고 있다. 약물 복용을 몰래 시도하는 사람과 밝히려는 이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겼고, 현재는 도핑에 반대하는 운동을 세계적인 규모로 추진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적인 감시 기관인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효과
남성호르몬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에게 의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네비도 주사’는 질병의 이유나 노화에 따른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 검사 후에 사용된다. 국내 한 유명 수영선수는 네비도 주사를 사용한 것이 적발되어 수영연맹으로부터 메달 박탈, 출전 금지 등을 처분 받기도 했다.
보디빌더, 역도와 같이 폭발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경기에서는 의료용 용량의 100배에 달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근섬유 핵 내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 수용체와 결합한다. 스테로이드 수용체는 근육의 양과 성장을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하버드 의대(HMS, Harvard Medical School) 해리슨 G. 포프(Harrison G. pope) 교수의 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선수는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근육의 성장과 회복력이 월등히 높다’고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지 않은 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운동을 한 그룹보다 1.7배 높은 효과를 보였고, 운동을 하면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그룹은 무려 3배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은 지방세포의 생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체지방의 수치가 감소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오남용의 위험성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투여하면 뇌의 측좌핵에서 분비가 증가한 도파민에 의해 정서가 급격하게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금단 증상과 내성이 커지면서 스테로이드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근육은 성장할수록 더욱 높은 자극이 필요하기에 근성장은 더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용량으로 근성장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점점 높아지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된다. 마치 마약과 같이 더 많은 약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심장마비이다. 스테로이드는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크게 높여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 내벽에 축적된 콜레스테롤은 플라크라고 부르는데, 이 물질이 모세혈관을 막아서 발작,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골격근뿐만 아니라 심장근육도 같이 발달하는데, 혈관에 과부하를 주어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부작용은 성 관련 문제이다. 여성 사용자는 남성화가 되고, 남성 사용자는 성 기능 장애를 얻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도 근육의 수염이나 목소리가 굵어지고, 음핵이 비대해지는 남성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높아진 남성호르몬의 수치로 인해 고환이 위축되거나 성 기능 퇴화 및 무정자증이 올 수 있으며, 약을 중단할 시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 스테로이드의 오남용은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준다. 약물 중독자는 주변 상황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특정 상대에게 공격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스테로이드는 단 한 번의 복용으로도 이전에 비해 폭력성이 2배나 높아질 수 있다. 프로 레슬러 크리스 벤와(Chris Benoit)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인해 2007년 6월 자기 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사람들이 갑자기 분노를 폭발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로이드 분노(Roid Rage)’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약사 주준경 약사(위례중앙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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