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마약'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과연 우리 한국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마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마약 남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이닥과 주준경(위례중앙약국) 하이닥 상담약사가 나섰다.
대한민국 사회에 큰 혼란을 안겨준 버닝썬 게이트 사건. 유명 연예인들이 중범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더 큰 충격은 그들이 사용한 불법 약물이었다.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감마히드록시 뷰티르산(GHB)는 대표적인 데이트 폭력 약물로, 전 세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불법 약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GHB를 이용한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GHB란?
다양한 종류의 데이트 폭력 약물이 미디어에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데이트 폭력 약물은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Gamma-hydroxybutyrate)일 것이다. 과거에는 유럽에서 마취제로 사용했으며, 현대에는 낮 시간에 잠을 참을 수 없는 기면증(Narcolepsy)이나 갑자기 근육에 힘이 빠지는 허탈발작(Cataplexy) 치료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 등의 불법적인 용도로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의 국가에서 관리 약물로 지정되어 있다. GHB는 효과가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문제는 배출도 빠르게 일어나서 불법적을 사용했을 때 검출이 어렵다. 무색, 무취이며 맛이 거의 없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24시간이 지나면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소변을 받아 경찰서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GHB는 비교적 최근 마약으로 분류되었다. 2001년 개최된 제44차 유엔 마약위원회에서는 GHB를 향정신성의약품(향정)으로 분류했으며,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추가하여 관리 중에 있다. 2022년 1월에는 GHB의 전구물질인 GBL(Gamma-Butyrolactone)도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며 불법 용도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GHB의 사용
GHB는 1874년 러시아 화학자 자이체프(Aleksandr Mikhaylovich Zaytsev)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되었다. 그 후, 1960년대 초 프랑스의 외과의사인 앙리 라보리(Henri Laborit)가 GHB의 약물학적 특성을 처음으로 밝혔다. 초기에는 산부인과 수술 및 출산 시 완화제로 연구되었고 정맥 마취제로서 1964년부터 유럽에서 사용되었으나, 발작 등의 부작용으로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보디빌더들이 체중 조절 및 근육량 증가의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9년 11월까지 GHB로 인한 57건의 질병이 보고되었고 FDA는 1990년 11월부터 GHB의 판매를 불법으로 금지했다. 그 후 2000년 3월 미국에서 관리품목으로 지정되었다. GHB는 진정작용이 있어서 REM수면을 감소시키고, 깊은 수면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 자이렘(Xyrem)이라는 이름과 함께 기면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어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로도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알코버(Alcover)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GHB가 데이트 폭력 약물로써 길거리 또는 인터넷에서 '물뽕', '리퀴드 엑스(Liquid X)', '지나(Gina)', '리퀴드 엑스터시(Liquid ecstasy)'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만들기 쉽다는 점도 더욱 불법 유통을 부추겼다. 반감기가 30~60분 내외로 매우 짧고, 술과 함께 복용 시 30분~1시간 30분 내로 몸에서 소변으로 빠져나가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GHB의 오남용
GHB는 다른 약물 오남용과 달리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사용하는 약물이다. GHB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와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우리 몸에서 억제 작용을 나타낸다.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을 강화시켜 진정 효과를 일으켜 운동기능이 조절이 잘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술에 취한 것과 유사한 작용을 하여, 피해자들이 자신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GHB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존성과 내성을 일으킨다. GHB에 중독되면 금단증상을 나타나는데, '불면증', '불안감' 그리고 '떨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단증상으로 인한 불안 및 불쾌감을 극복하기 위해 GHB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환각', 정신적인 혼란인 '섬망(Delirium)', 또는 '심리적인 동요(Agitation)'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억제 작용을 하는 약물이기에 술과 함께 복용하게 되면 효과가 너무 강력해 호흡중추가 억제되어 호흡마비가 올 수 있다 또한, GHB 과용으로 인한 심장마비의 사례도 보고된다. 이외에도 GHB에는 신경독성이 존재하여 '보상', '기억' 및 '인식'을 제어하는 뇌의 신경회로를 손상시켜 '약물 강박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GHB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GHB는 위장관을 통해 빨리 흡수되어 뇌혈관장벽(BBB)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낮은 용량의 GHB는 쾌감이나 술에 취했을 때 몸이 풀리는 듯한 상태를 일으켜, 취한 것과 구분이 어렵다. 높은 용량의 GHB는 강한 진정 효과를 통해 졸음이 오지만, 독성으로 인해 메스꺼움, 구토 증상도 나타난다. 특히 이 현상은 술과 함께 복용할 때 더욱 증가된다. 균형감각이 틀어져 시야가 흔들리며, 손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 후유증으로 약효가 떨어졌을 때 강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GHB가 관리 대상이 되어 유통이 어려워지니, GHB의 원료인 GBL을 이용하여 데이트 폭력에 사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GBL은 위장과 혈액 내에서 쉽게 GHB로 변환되기에, 이를 노려서 사용한 방식이다. 다행히 2022년 1월 12일 식약처에서는 3년간 GBL을 1군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여 현재 GBL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시 마약류 관리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처벌을 받는다. GHB는 무색무취에 주로 용액의 형태로 유통되기에, 낯선 술집에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반감기가 짧아 24시간 이내로 체내에서 GHB 성분이 빠져나간다. 그렇기에 약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약간의 짠맛이 존재하여 '솔티 워터(Salty water)'라고도 불리는데, 만일 본인의 잔에서 느끼지 못한 짠맛이 느껴진다면 바로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본인의 주량보다 빠르게 술에 취했다고 생각이 들면 소변을 받거나 또는 지체 없이 경찰서로 가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GHB는 전 세계 각지에서 데이트 폭력 약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행되니 조심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동성 연쇄 강간이 일어나기도 하였고, 클럽에서 GHB를 넣는 불법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약사 주준경 약사(위례중앙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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