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한민국은 높은 실업률과 높은 청년 자살률, 그리고 낮은 혼인·출산율 등 젊은 청년층이 살아남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해가 지날수록 청년들의 자살률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고령층을 중심으로 40대 이상에서는 자살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미래를 책임질 10~30대의 자살률은 높지는 추세다. 점점 대한민국 사회가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문제는 이렇게 치솟는 자살률과 함께 청년들의 인지 기능에도 비상벨이 울린다는 것이다. 뇌가 한창 건강할 나이에 기억력 저하와 건망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청년들의 기억력 저하를 불러일으킬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형배 원장(인천참사랑병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일과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한 치매
‘영츠하이머’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서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우울이나 불안, 불면증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들은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일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립니다. 일상 기능이 저하되며 이것이 다시 우울감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2030세대가 겪는 영츠하이머의 원인에는 디지털 기기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영역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현대 사회와 2030세대, 왜 청년들의 기억력은 점점 퇴보하는가 ① 디지털치매
젊은 세대에서 정서적인 문제를 겪는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 업무 부담, 상사와의 갈등, 대인관계 갈등, 경제적 어려움, 독립의 문제, 결혼, 자녀 양육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됩니다. 게다가 지금은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자신의 현 상황을 되돌아볼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각하며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년기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인 문제가 지속되면 하나의 정신 병리로 굳어지며, 이는 우울, 불안, 공황, 강박, 불면 등 다양한 질병으로 발전합니다. 여기에선 스트레스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치매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 정서적인 문제가 치매까지 이어진다기보다 주의 집중력, 기억력의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대뇌의 안쪽에는 변연계라는 수질 부위가 있습니다. 영어로 Limbic system이라고 하는데 라틴어 Limbus 에서 유래한 용어로 ‘경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대뇌와 뇌간 사이의 구조물입니다. 변연계는 편도체, 해마, 선조체, 시상앞핵, 변엽엽, 후각신경구로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주로 감정, 동기부여, 기억, 운동을 담당하며 치매, 파킨슨병의 발병과 연관이 있는 부위입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편도체와 해마의 중요성입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서로 이웃처럼 맞대어 있어 감정이 변화되면 기억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에서 치매로 진행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여러 연구에서 관찰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 외 우울증에서 해마의 위축, 신경영양물질인 BDNF 감소, 뇌 혈류량의 감소 등이 확인되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로 인한 해마의 위축, 불면증에서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정상적인 제거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감정적 변화가 기억력 저하를 포함한 치매라는 인지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행복, 기쁨, 두려움, 공포와 같은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는 기억들을 오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극심한 감정적 변화를 경험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편도체가 가장 핵심적인 부위가 되는데, 이 질환에서 자주 경험하는 기억의 플래시백 현상은 해마를 통해 피질 부위가 계속 자극받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청년기에 경험하는 기억의 문제가 회복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회복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를 '가성치매'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가성 치매는 실제 치매가 아니며 원인이 교정될 때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어느 부위에 고장이 났다고 생각이 되면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이를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영츠하이머에선 지갑을 잃어버린다든지, 버스에 우산을 그냥 놓고 내린다든지, 어제 한 친구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일종의 경고 신호인 것입니다. 실제 노인의 우울증은 겉으로 잘 표현되지 못하고 묻혀있다가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이어져 치매로 잘못 오해받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가성 치매라고 부릅니다. 노인의 우울증을 치료하게 되면 인지 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청년기의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 저하도 일시적인 현상이며 정서적 안정을 회복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감정은 소용돌이와 같아서 한번 휘말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파도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온이나 바람, 기압, 조수간만의 차이 등 다양한 원인들을 살펴보고 풍랑의 변화를 예측하며 미리 대비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사람을 만나기 싫어진다거나 일에 집중이 안 된다면 내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설명을 통해 기억력의 변화도 그중 한 가지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알코올성 치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형배 과장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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