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생후 6개월 무렵이 되면 아기들은 이유식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형성하는 식습관은 일생동안의 영양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므로, '잘 알고, 잘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영유아 때 비만한 아기,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영유아기는 신체적, 정신적인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기에게 무엇보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중요하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분별한 식품의 선택과 잘못된 영양 지식으로 비만이 생기기도 한다. 영아의 비만은 대부분 돌이 되면서 보통 체형이 되며, 2세까지는 약간 비만하더라도 활발하게 움직이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아기의 비만이 의심된다면 식습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하이닥 유튜브에서 소아청소년과 길주현 원장(키즈힐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통상적으로 두 돌 미만에서는 비만을 정의할 수 없는데, 때에 따라서는 신장별 체중이 95백분위수가 넘어가면 과체중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하이닥 유튜브 참고: 어린이 성인병, 소아비만!)
영유아 비만은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과다한 음식 섭취, 운동 부족, 내분비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에서는 “신생아나 영아기에 발생한 비만의 경우는 주로 지방세포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소아 비만, 성인 비만으로 쉽게 이행된다”라고 말한다. 특히 성장하면서 소아 비만이 생기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지방간, 당뇨병 등과 같은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아기가 비만일 경우 먹는 양을 줄여야 할까? 이에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서정호 원장(연세한결 소아청소년과의원)은 “아기가 비만이 의심된다고 해서 식사량을 줄이는 것보다, 간식이나 과일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아기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과일주스’를 많이 먹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비만의 위험을 커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일은 통째로 섭취하면 훌륭한 간식이지만, 즙을 내서 마시면 포만감이 적어 더 많이 먹게 되고, 이는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이어져 과체중을 유발하기 쉽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는 ‘12개월 미만의 아기에게 주스를 먹이지 말라고 권고하며, 너무 많은 양의 주스는 기저귀 발진, 설사 또는 과도한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12개월 이후부터 3세까지는 하루에 100%의 과일주스 120mL를 먹는 것이 적당하다.
이유식, 너무 빨리 시작하면 비만 가능성 커진다어른이 먹는 음식을 유심히 쳐다보거나, 음식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 때, 혀 내밀기 반사의 쇠퇴가 보이면 이유식을 시작해도 되는 징후이다. 보통 모유만 먹는 아기는 생후 약 6개월 정도부터, 분유 수유하는 아기는 4~6개월 사이에 시작하며 아이의 몸무게나 상태에 따라 부모가 적절한 시기를 선택한다. 그런데 아이가 이유식 시작의 징후를 빨리 보인다고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2020년 의학전문지 BMC 미생물학(BMC Microbiology)에 발표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The 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유식을 3개월 이전에 시작한 아기의 경우, 늦게 시작한 아기보다 대변의 샘플에서 장내 미생물 종류가 더 다양하게 검출됐다. 장내 미생물이 많을수록 유년기에 과체중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연구진은 대변 샘플에서 단쇄지방산이라 불리는 유기세균부산물(Organic Bacterial Byproducts)의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3개월 전보다 그 이후에 이유식 섭취를 시작한 영유아는 총 단쇄지방산의 수치가 상당히 높은 것을 발견했다. 단쇄지방산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나 난소화성 올리고당 등을 장내 세균이 분해해서 만드는 대사 산물로, 장 점막의 방어막 기능을 높여주고 장의 운동을 도와 비만과 당뇨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일찍’ 맛보는 것이 더 효과적음식 알레르기는 특정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에 기인한 건강에 해로운 반응을 말한다.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식품으로는 우유나 달걀, 콩, 밀, 견과류, 생선, 조개류 등이 있으며, 보통 아토피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생후 1년 이후에 먹이는 것을 권장했다. 그런데 ‘오히려 빨리 먹이는 것이 낫다’라는 연구가 발표되고,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늦게 먹인 뒤 오히려 알레르기를 더 많이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면서, 2020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는 생후 4~6개월에 알레르기 유발 빈도가 잦은 식품을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2015년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 교수팀에서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 형제 중 한 명 이상이 알레르기 병력을 가진,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라 할지라도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회피하거나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라고 밝혔다.
땅콩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오히려 조기 노출이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2015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생후 4~11개월 된 영아의 땅콩 섭취를 비교한 결과, 땅콩을 늦게 먹기 시작한 아기들이 일찍 먹기 시작한 아기들보다 땅콩 알레르기 발생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생우유는 알레르기 발생 우려와는 별개로 아기의 신장에 부담을 주고 철분 함량이 낮으므로 돌 이후부터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서정호 원장 (연세한결 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길주현 원장(키즈힐 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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