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부증. 의처증으로 대표되는 부정망상은 의심을 받는 배우자에게도 큰 고통이지만, 끊임없이 의심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본인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영문도 모르고, 의도치 않게 관계를 무너뜨리는 부정망상에 대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과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끝없는 의심과 망상...연인·부부 관계를 파괴하는 '부정망상' ①
● 의부증, 의처증은 왜 생기는가?
권순모 과장: 기저 성격과 자존감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부정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성격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권위적이고 편집적인 경우, 다른 성격보다 부정 망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성향이 병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성격으로 나타나는 정도일 때는 크게 문제가 없고, 오히려 리더십이 강하거나 주위를 더 잘 챙기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의 하락이 동반되어 내가 추구하는 관계가 깨지고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배우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불안감과 두려움이 커지면서 확신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부정망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저도 대부분의 환자가 남성, 특히 중년 이상의 남성 환자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는 여성이나 젊은 남성의 경우는 다른 망상이나 환각, 심한 우울증 등의 동반 질환이 쉽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에 반해 중년 이상의 남성의 경우, (실제로는 있지만) 당장은 동반질환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앞서 말한 원인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중년의 남성은 여성에 비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외모, 체형 등의 외형이 변하고 건강상의 문제가 빈번하며, 퇴직이나 대인관계의 축소로 자존감에 대해 굉장히 취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남성이 아직까지는 다소 지배적이고 편집적인 성향이 높기 때문에 중년의 남성에게 가장 빈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부정망상, 치료는?
부정망상뿐 아니라 망상 장애는 정신과 증상 중에서도 치료적인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병식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고, 약물치료 반응도 다른 증상에 비해서는 좋은 편은 아닙니다. 치료나 의사조차도 본인의 망상 속에서는 적대적인 요소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원칙적인 대처는 환자의 망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특히 그 주제에 관한 논쟁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논쟁은 환자를 자극하고 위기감을 느끼게 하며 생각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과격한 행동이 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의 저하를 가져온 여러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태도를 보이면서 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리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조금의 자각이 든다면 치료로 이어지는 것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심한 부정망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아무 이유 없이 “망상이 의심되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하기보다는 “당신이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 보니 예전과 다른 모습들이 보이고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라고 조금씩 설득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은 점은 사고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항상 최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여러 지식이나 대처 방법은 환자나 보호자의 안전이 확보되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자해나 타해 가능성이 명확하다면 경찰 등의 도움도 고려해야 하고, 나아가 입원 치료 등의 좀 더 적극적인 방법도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 (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