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폐점 시간 무렵 술집에서 만났던 이성을 잊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쯤 만났던 이성은 평소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이렇게 음주 후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 현상을 비어 고글(The Beer Goggles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술, 특히 맥주를 마시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게 하며 억제력을 낮추고 긴장감을 풀어준다. 이러한 현상 덕에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후회할 결정을 하곤 한다.
이미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 이러한 현상을 다뤄왔지만, 이 현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2003년부터 시행된 한 오래된 연구는 80명의 대학생을 술집에 데려가 술을 마시게 한 후 이성 사진을 보여줬다. 그 결과, 술을 마신 남녀 모두 술을 마시지 않았던 그룹에 비해 사진에서 본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했다.이 초기 연구는 알코올이 잠재적인 연애 상대 인식, 사교성 그리고 이성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최초의 연구였으며, 뒤이어 나온 후속 연구들은 비어 고글 현상을 더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예를 들어, 2008년 Penn State 대학교 연구진은 수컷 초파리도 알코올 영향을 받으면 비어 고글 현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또한, 2012년에 실시된 연구에선 음주 중 흡연이 비어 고글 현상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알코올은 니코틴을 포함한 다른 물질과 혼합하면 더 강한 효과를 낸다. 영국의 브리스틀 대학교 연구진은 그들의 연구에 참가한 96명 중 술을 마시며 흡연을 한 사람들이 더 낮은 자기 억제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러나, 2015년 브리스틀 대학교 연구진이 선택된 실험 참가자가 아닌 무작위로 뽑은 311명의 펍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 비어 고글 현상이 존재하지 않거나 좀 더 개인적인 성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비어 고글 효과는 그저 심리적 효과일까?
2013년 한 프랑스 연구진은 비어 고글 효과를 부정하는 최초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프랑스 연구진은 먼저 연구 참가자들을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셨다고 말을 들은 그룹,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그룹,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마셨다는 말을 들은 그룹, 술을 마셨지만 마시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그룹. 전반적으로 술을 마신 사람들은 스스로 술을 마셨다고 인지를 하든 못하든 자신의 매력과 유머 센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았지만 술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의 사람들은, 술을 전혀 마시지도 않고 술을 마셨다는 얘기도 듣지 않았던 그룹의 사람들보다 자신들의 유머와 매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비어 고글 현상이 부분적이라도 심리적인 효과라는 사실을 시사한다.반면, 2016년 스웨덴에서 이뤄진 연구에선 비어 고글 효과의 실제를 뒷받침한다. 이 연구에선 60명의 남녀가 참가했는데, 술을 마신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친절하고 사교적이며 수다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특히나, 더 사교적이고 싶어 하는 욕망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크게 두드러졌다. 연구 참가자들은 음주를 하면 할수록 이성의 사진에 더 크게 반응하고 상대방의 얼굴에서 긍정적인 표정을 더 빨리 인식하고, 감정적 공감 능력을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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