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염병에 주목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항생제 내성이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공중 보건 위기가 매우 크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00만 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OECD 주요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 3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반려견의 생식 사료에 주의해야 한다. 반려견의 건강을 위한 생식 사료 급여가 반려인의 항생제 저항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생식 사료와 반려견 배설물이 항생제 내성의 원인, 맨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
지난 7월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 연구진이 항균 화학요법 저널을(The 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통해 생식을 하는 반려견은 항생제 내성 대장균을 배설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약 200마리의 강아지와 600마리의 성견을 대상으로 생식과 항생제 내성 대장균 배설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진은 "날고기 사료 등 생식을 하는 반려견의 배설물에는 항생제 내성 대장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하며, "반려견의 생식 사료나 반려견의 배설물을 만질 때는 맨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2021년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University of Porto) 연구진 역시 비슷한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며 반려견의 생식 사료가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유럽 전역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형태의 반려견 사료 55종을 대상으로 장내구균(Enterococcus) 검출 시험을 했다. 장내구균은 사람과 동물의 장에 서식하고 있는 균으로 장에 있을 때는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신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했을 때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시험 결과 표본의 절반 이상이 장내구균을 함유하고 있었으며, 발견한 장내구균 중 40%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중 4분의 1이 유엔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리네졸리드(Linezolid) 성분에도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연구에 사용된 생식 형태가 아닌 사료 표본 중 3개에서만 항생제 내성 장내구균이 발견됐지만, 모든 생식 사료에서는 항생제 내성이 있는 장내구균이 발견되었다"라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아나 프레이타스(Ana Freitas) 박사는 "절반 정도의 생식 사료에서 리네졸리드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장내구균이 발견된 사실에 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생식 사료 끊어야
미국의 임상 수의사이자 영양 학자인 리사 윗스(Lisa Weeth) 박사는 "항생제 내성균이 들어있는 사료로 인해 반려견이 병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인은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경고했다. 윗스 박사는 "항생제 내성균을 피하기 위해서는 즉시 생식 사료 급여를 끊어야 하며, 안정성이 검증된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외에 다른 전문가들도 "생식 사료가 반려견의 털을 윤기나게 하고, 건강에 매우 좋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검증 받은 일반 사료들이 반려견의 소화 등 건강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라고 말하며, "항생제 내성은 이미 우리 코앞에 다가온 공중 보건 위기이기 때문에, 반려인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려견의 생식 급여를 지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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