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들은 실업률뿐만 아니라, 외로움과도 싸우고 있다. 많은 숫자의 청년들이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혼자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사는 일명 ‘고독생’을 살고 있다.
문제는 사회와 단절된 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청년들이 감정을 풀 곳도, 기댈 곳도 없기 때문에 쉽게 우울증과 같은 질환에 취약해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안타깝게도 점점 청년들의 고독사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했던 고독사 790건 중에 30대 이하의 고독사가 73건으로 30대 이하 청년 고독사의 비율이 전체 고독사의 약 10%였다. 연령대별 고독사 중 자살률은 2019년 30 대가 34.1%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20 대(27.8%)가 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은 30 대 41.2%, 20 대 40.9%로 일년 사이 청년들의 자살 고독사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야 할 2030세대를 더 괴롭게 하고 있는지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형배 원장과 자세히 알아보자.
정신건강전문의가 말하는 '청년 실업률’과 ‘2030세대 정신건강’①
무엇이 2030세대를 더 힘들게 하는 걸까요?
A: 학창 시절 핵가족화란 사회 현상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암기하듯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면 가족의 기능이 많이 변화되고 약해졌음을 실감합니다. 힘들어도 지지 받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것입니다. 빨리 독립해서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세상은 이전보다 혼자서 부딪혀가기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이며 더 많은 노력과 열정 그리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가족을 돌아볼 시간도 심지어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도 없습니다. 그나마 직업이 있다면 경제적인 성장의 꿈이라도 꾸지만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가 더 힘듭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가정의 문제이기도, 사회 공동체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 지금의 2030세대는 과연 그런 면에서 취약하기만 한 걸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청년들도 제 세대의 청년 시절처럼 또는 아버지 세대의 청년 시절처럼 똑같은 열정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지혜롭고 강해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더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학습해 온 세대이기 때문에 더 지혜롭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클지도 모릅니다. 저는 청년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쩌면 가족 기능의 약화, 세대 간 소통의 부재, 사회 양극화, 빈부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청년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과 희망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립과 절망 속에 위로받지 못하는 삶에 놓인다면 무력감과 자포자기함 속에 마치 황무지에 홀로 서있는 느낌일 것입니다. 때로는 사회를 향해 분노할지도 모릅니다. 절망과 분노가 외부로 표현되지 못하고 힘듦을 위로받지 못한 채 쌓이게 되면 결국 그 화살 끝이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됩니다. 내면을 향한 화살의 끝은 정신적 균형을 해치고 부정적인 경향성을 높이며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긍정성과 능력, 경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어떤 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듯 현재의 어려움의 원인을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은 떨어지고 어려움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마저 약해지면 내면의 정신 에너지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형배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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