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쥐고, 쇼츠를 보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몇 개만 보고 말았더라도, 서서히 쇼츠에 빠져들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쇼츠 시청 시간이 늘어갈수록 긴 영상이나 책을 보는 게 어려워지고, 회사 업무에도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것이 바로 중독의 시작이다.
도파민 쉽게 얻을수록 중독에도 쉽게 빠져1분도 안되는 짧은 영상 ‘숏폼’. 우리가 숏폼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즉각적인 보상’과 ‘접근성’ 때문이다. 보상은 우리가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으로 대표되는데, 도파민을 쉽게 얻으면 얻을수록 더욱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 강하고, 빠르고 쉽게 얻는 숏폼의 자극이 우리를 중독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숏폼은 연속성이 있는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중독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숏폼의 ‘무한 스크롤 기능’이 숏폼의 늪으로 우리를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는데,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숏폼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즐거움 주는 중독, 문해력 떨어뜨리고 팝콘 브레인 유발해중독이라고 해도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데,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숏폼 시청은 문해력 저하와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채용 0명’, ‘심심한 사과’ 등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가 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중독이 지속되면 긴 호흡의 글을 읽거나 하나의 과제에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고하는 역량을 서서히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은 ‘팝콘 브레인’을 유발하기도 한다. 팝콘 브레인은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안 하는 뇌를 말한다. 숏폼 영상을 계속 보면서 긴 분량의 다른 영상들에 몰입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또 1시간 이상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될수록 ADHD 발병 위험이 1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우울증, 불안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숏폼의 위험성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스스로 중독 인지하고 치료해야…어렵다면 상담도 도움 돼이러한 중독의 치료는 중독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린타임을 활용해, 하루 동안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후에는 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사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알림을 설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특정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두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시청 시간을 제한해도 숏폼 시청 시간이 여전히 길다면 앱을 삭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승훈 교수(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는 “중독은 뇌의 보상 측면을 담당하는 도파민 회로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태라고 본다”라며 “환자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뇌에 병이 생긴 상태라고 접근하는 만큼, 혼자만의 힘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기획 = 하이닥 권태원 작가편집 = 하이닥 제작편집국 이철훈 PD, 최하은 PD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승훈 교수(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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