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의 순환을 관장해 신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심장.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몸 전반에 문제가 생기고, 심각한 경우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사망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 당 65.8명으로, 암과 뇌혈관질환의 뒤를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심장질환이 의심되면 병세가 악화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는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심장질환을 의심하기 어려운 정도라 합병증이 생긴 뒤에서야 발견하는 사례도 흔하다. ‘대동맥판막 역류증(Aortic valve regurigitaion)’이 이에 해당한다.대동맥판막 역류증, 노화 등으로 대동맥판막 손상돼 발생심장에는 총 4개의 판막이 있다. 각각의 판막은 심방과 심실, 심실과 동맥 사이에 위치해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돕는다. 이때 대동맥판막은 대동맥으로 빠져나간 혈액이 다시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막 역류증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대부분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촉발된다. 대동맥판막의 탄력이 줄면 두께가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석회화가 진행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게 만들어 역류를 일으키는 것. 환자는 40~60대 사이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데,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노화가 진행되면 병세도 함께 심화된다. 이 외에 마르판 증후군과 같은 유전질환이나 류마티스성열, 심내막염 등의 감염성 질환도 대동맥판막 역류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대동맥판막 역류증이 발병하면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심장이 무리하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좌심실의 근육이 두꺼워지고, 압력이 증가한다. 결국에는 심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심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손톱을 보면 심장 건강이 보인다? ‘퀸케 징후’ 확인해 봐야그런데 최근, 손톱을 한 번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대동맥판막 역류증의 발생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외신에 보도됐다. 지난달 9일,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 따르면 미국의 응급의학과 의료진인 조 박사(Dr. Joe)는 대동맥판막 역류의 조기 발견에 ‘퀸케 징후(Quincke’s sign)’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퀸케 징후란 손가락 끝을 눌렀을 때, 모세혈관이 맥동할 때마다 손톱 뿌리의 피부 부분이 창백해졌다가 붉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퀸케맥(Quincke pulse) 또는 모세관 박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심장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신호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퀸케 징후가 손톱의 끝부분을 가볍게 눌렀을 때 눈으로 보이는 모세혈관의 박동이며, 만성 중증 대동맥 역류의 시조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모든 사람의 대동맥판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며,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퀸케 징후가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 나타나면 즉시 검진받아야…수술 필요한 경우는?대동맥판막 역류의 증상으로는 퀸케 징후 외에도 △피로 △운동 중 쇠약 △답답함 △불규칙한 심장박동 △두근거림 △어지럼증 △호흡곤란 △발목과 발의 부종 등이 있다. 바로 심장질환을 의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동맥판막 역류증이 심부전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편 판막의 손상과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데,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습관의 교정만 실천하더라도 상태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일부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대동맥의 역류가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동맥판막 역류가 급성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가능한 빠른 수술을 통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야 함을 강조한다.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김경남 진료전문의(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은 “대동맥판막 역류가 생기면 앞으로 나가야 할 혈액이 뒤로 밀리면서 나가려다가 못 간 혈액이 꾸역 꾸역 모여 심장에 부담을 준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서 심장이 점점 힘들어지는 게 심부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막이 못 버틸 정도의 상황이 되면 결국 수술로 판막을 만들어주거나 인공판막을 넣어줘야 한다”라면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치료 방식과 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경남 진료전문의(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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