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은 주로 어린이들에게서 흔하게 발병하는 염증성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중이염으로 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0~9세 미만의 소아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이염은 워낙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인 데다 가만히 두면 금방 나을 거라는 생각에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더욱 큰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중이염이 흔하게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아보자.아이가 열나고 귀 잡아당긴다면 중이염 의심…아이들에게 흔한 이유는?귀는 크게 △귓바퀴와 외이도를 포함하는 ‘외이’ △고막, 이소골, 고실, 이관, 이내근 등으로 구성된 ‘중이’ △전정기관, 달팽이관, 반고리관으로 이루어진 ‘내이’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도 귀의 가운데 부분인 중이에 발생한 염증을 두고 ‘중이염’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중이염이 발생하면 △귀의 통증 △발열 △귀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루) △균형을 잡지 못함 △소리를 잘 듣지 못함 △귀를 계속 잡아당기면서 불편해함 △이명 △귀 먹먹감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낮고, 신체 구조가 덜 발달돼 있기 때문에 중이염이 쉽게 발병하는 편이다. 영유아는 귀와 코를 이어주는 ‘이관(유스타키오관)’이 성인에 비해 짧고 굵은 편이기 때문에 세균 감염이 비교적 쉬운 구조다. 또 감기나 독감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중이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콧속의 바이러스가 이관을 통해 귀로 넘어가면서 합병증으로 중이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때문에 감기가 흔하게 발생하는 겨울철이나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중이염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밖에도 어린이가 간접흡연을 하는 경우 연기가 기관지와 이관을 자극해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이염은 재발도 쉬운 편인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들 간에 감기가 전염되면서 중이염이 재발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2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 중이염에 걸린 적이 있거나 비염이 있는 경우,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도 중이염이 쉽게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만성화된 중이염, 귀와 주변 기관 손상시켜 합병증 유발중이염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1~2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중이염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 중이염은 지속적인 염증 반응과 고름 등의 삼출물로 인해 귀뿐만 아니라 주변 기관까지 손상시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만성 중이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은 난청이다.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하는 고막, 이소골, 달팽이관까지 염증이 퍼지고, 기관이 망가지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청각 신호를 대뇌로 보내는 청신경까지 손상될 경우 이명 증상과 함께 영구적인 청력 소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이염이 자주 발생하는 영유아기는 언어를 배우는 시기로, 듣는 능력이 떨어질수록 언어를 원활하게 습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3세 이전에 중이염이 발생한 아이들은 중이염 병력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어휘력과 음운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다. 귀와 가까운 두개골과 신경, 뇌에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중이염으로 인한 염증이 측두골까지 퍼질 경우 귀 뒤가 부어오르면서 두통을 유발하는 꼭지돌기염이 발생할 수 있고, 귀를 통해 지나가는 안면신경이 손상될 경우 얼굴이 점점 굳으면서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안면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염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뇌까지 퍼질 경우에는 뇌수막염, 뇌농양 등의 뇌질환을 합병증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초기에 증상 관찰하고 항생제 치료해야…치료 시 주의사항은?중이염 발병 초기나 증상이 약한 경우에는 2~3일간 증상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서서히 열이 내리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중이염이 낫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중이염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만성화를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특별한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2세 미만의 소아이거나 증상이 중증인 경우에는 10일, 경증인 경우에는 5~7일간 항생제를 복용한다. 항생제를 복용하는 중 증상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염증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서 더욱 쉽게 재발할 수 있으며,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모두 복용한 이후에는 염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의사와의 상의를 거쳐 치료 중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만약 항생제가 잘 듣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귓속의 고름이 잘 빠지지 않는 경우에는 귀에 관을 삽입하는 ‘환기관 삽입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 염증을 제거하고 고막을 재건하는 ‘유양동 삭개술’이나 ‘고실 성형술’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중이염 치료 중 주의할 점도 있다. 치료 중에는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데, 염증으로 인해 고막 천공이 발생했거나 환기관 삽입술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과 함께 세균이 침투하면 2차 감염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영은 되도록 자제하고, 샤워를 할 때도 귀마개 등을 사용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수로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면봉으로 직접 닦아내기보다는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아래로 기울여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중이염의 원인이 되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 백신을 정기적으로 접종할 것이 권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