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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느린 형태의 '자가 안락사' 수면 부족...각종 질환 유발해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수면전문가인 매튜 워커(Matthew Walker) 교수는 수면을 생명 유지 장치에 비유하며, 만성 수면 부족을 '자가 안락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수면 부족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비만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만병의 근원이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다.



수면 부족은 '자기 안락사'라고 불린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당뇨병일본 홋카이도 대학교(Hokkaido University)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7시간인 사람과 비교해 당뇨병 위험이 5배 이상 높았다. 또 다른 연구는 수면 부족이 만성화 될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은 배가 되며, 이러한 만성 수면 부족을 4년 이하로 겪으면 당뇨병 위험이 14%, 4~8년은 38%, 8년 이상이면 51%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수면 부족이 지방 대사 과정을 저해하고 혈중 유리지방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유리지방산이란 지방세포가 분해되어 혈액으로 방출되는 지방 성분으로, 근육이나 기타 신진대사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이 유리지방산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하여 심혈관계질환, 면역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수면 부족은 부신이라는 장기의 기능을 저하하고, 부신에서 만들어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을 늘린다. 혈중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인슐린 분비를 억제시켜 혈당 상승을 부추기고, 당뇨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심혈관질환수면 부족은 교감신경기능을 활성화시켜 야간 혈압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체내 염분 저류가 증가하여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은 심부전, 심근경색, 뇌출혈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수면이 부족한 경우라면 더 위험하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장애 중 하나로,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평소보다 50%가량 적어지는 저호흡 현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부족해진다. 이는 혈액순환과 체내 산소 공급에 문제를 유발하는데, 이때 심장은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너무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뛰면서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의 질환을 유발?악화할 수 있는 위험인자다. 뇌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산소가 부족하여 뇌혈관이 수축하면, 뇌 혈류량이 변하고 혈관 탄력과 지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내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이는 뇌압 상승으로 이어져 급성 뇌경색, 일과성 뇌허혈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만호르몬의 변화로 살이 찔 위험도 높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자극해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 분비는 증가하고,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 분비는 감소한다. 즉,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신호는 줄어들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호는 분비되어 식욕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면 다음날 피곤함과 어지러움으로 활동량이 줄어들어 야식 등으로 체내에 쌓인 열량이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지기 더욱 쉽다. 코르티솔 역시 체중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으로 코르티솔 분비가 늘면, 우리 몸은 체내 혈당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식욕을 자극한다. 이때 우리 몸은 주로 혈당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탄수화물을 강하게 원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음식이 생각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참지 못하고 탄수화물을 과하게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은 물론, 렙틴 저항성까지 생겨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복부 지방세포에는 코르티솔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다수 분포되어 있어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수록 복부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성장 방해이 밖에도 수면 부족은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4시간 이하로 자면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인 자연살상세포의 기능이 70% 이하로 떨어져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각종 암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청소년기의 만성 수면 부족은 성장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사람의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75%가 분비되는데, 특히 깊은 수면상태일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면 성장호르몬 분비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정상적인 키 성장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면 부족은 기억·학습 능력과 연관된 뇌의 해마 영역에 악영향을 미쳐 집중력을 저하하고 학업 효율을 떨어트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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