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면역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모체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얻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이 과정을 거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생아의 면역력을 결정하는 ‘유익균 샤워’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군집으로 건강·질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태아는 무균 상태인 모체의 자궁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출산 시 산도를 지나면서 상당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모체로부터 물려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유익균 샤워'라고 부른다. 유익균 샤워는 아기의 초기 면역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유익균 샤워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과 숫자가 부족하다. 실제로 2021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University of Gothenburg)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세포 숙주와 미생물(Cell Host & Microbe)'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부족하며, 자연분만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3~5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에게 엄마의 장내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등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의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모유 수유로도 마이크로바이옴 물려줄 수 있어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 연구진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도 생후 일정 기간 모유를 섭취하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비슷한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출산을 앞둔 네덜란드 산모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출산 후 2시간, 1일, 1주일, 2주일, 1개월마다 신생아의 △피부 △콧물 △침 △점막 등에서 미생물 표본을 채취해, 산모의 △피부 △모유 △분변 등 6곳에서 발견된 미생물 표본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신생아의 마이크로바이옴 절반 이상인 58.5%가 엄마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출산 방법에 따라 신생아에게서 발견된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은 달랐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의 경우, 산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유익균 샤워를 했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엄마의 분변 등에서 발견된 마이크로바이옴 구성과 일치했으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엄마의 피부, 모유, 코, 목구멍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구성과 비슷했다. 특히, 엄마의 모유에서 발견된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미생물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생아가 유익균 샤워를 받지 않아도, 모유 수유 등을 통해 필요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충분히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하며, "엄마의 모유 수유가 자연분만 신생아보다 제왕절개 신생아에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연구를 이끌었던 우터 피터스(Wouter Piters)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아이의 장기적인 성장이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자연분만 아기가 엄마로부터 물려받지 못한 미생물들이 어떠한 특성을 가졌는지 밝히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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