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물인 해달 12마리가 잇따라 익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달은 해양포유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수가 익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 톡소플라스마 곤디 또는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라고 불리는 기생충 감염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조사를 주도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카렌 샤피로(Karen Shapiro) 교수는 "기생충이 해달의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해달이 수영하는 방법을 까먹어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톡소포자충는 해달을 포함한 대부분의 온혈동물을 감염시키지만, 사실 고양이 기생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직 고양이 체내에서만 성충으로 성장하고 생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달 등 다른 온혈동물들은 종속주인 고양이에게 도달하기 위해 거치는 중간숙주일 뿐이다. 문제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 기생충, 사람도 중간 숙주 삼아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전 세계 인구의 10~30%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특히 애묘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는 감염률이 70~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의 경우 기생충학회가 2012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톡소포자충 감염률은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는 주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고양이는 감염 직후 몇 주 동안 매일 수백만 개의 기생충 알이 섞인 대변을 배출한다. 이 대변과 접촉한 닭이나 소, 돼지 등의 생고기나 오염된 채소를 생식으로 먹거나, 또는 대변에 직접 접촉하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다.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없어톡소포자충에 감염되는 것을 톡소포자충증이라고 부른다. 다행히 건강한 사람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돼도, 면역체계가 유충과 싸워서 이기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 감염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나타나도, 경증의 감기 수준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면역체계가 기생충을 이겨내지 못해 뇌를 침범하면 △두통 △경련 △의식장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암 등 중증 질환 환자가 감염되면 폐렴과 뇌염 등의 심각한 감염병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눈이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면, 톡소플라스마 망막염이 생겨 눈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고 빛에 예민해지며, 최악의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신 중 감염 역시 위험하다. 임산부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면, 태아가 선천성 톡소포자충증을 가지고 태어날 위험이 크다. 선천성 톡소포자충증에 걸린 아기는 △실명 △뇌염 △간질 △지적장애 △발육부전 등을 앓기도 한다. 유산되는 예도 있다. 따라서, 산전 톡소포자충 검사는 필수다.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 정신질환 유발까지?톡소포자충 감염이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톡소포자충은 숙주의 뇌로 침투해 숙주를 조종하는 특성이 있는 기생충으로, 중간숙주로 삼은 설치류의 이상행동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조심성이 감소하며 더 활발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학계에서는 이를 기생충이 쥐를 조종해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이와 비슷한 원리로 톡소포자충이 사람의 뇌에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아카데미 의료 센터(Academic Medical Center) 연구진이 톡소포자충과 조현병의 연관성을 연구한 50개 이상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현병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곳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5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분석에 따르면,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운 사람 중 50%가량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현병이나 다른 정신질환 진단을 받을 확률이 4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톡소포자충증의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 후 항생제를 복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톡소포자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려 동물을 무조건 피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고양이가 대변을 통해 기생충을 전파하는 것은 고양이의 일생에 2주뿐이며, 사료를 먹이면서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의 경우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확률이 극히 낮다. 단, 외부에서 흙을 만질 때는 장갑을 꼭 착용하고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씻어서, 고기는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 반려묘가 있는 경우에는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하고, 대변을 치울 때는 장갑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더불어, 주기적으로 수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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