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강력한 한파로 인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12월에 들어서면서 7~18세 초·중·고 학생 연령층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nfluenza-like illness, ILI)는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인후통을 보인 의심 환자를 뜻한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률은 37주째인 9월 4일~10일 이후 지속해서 유행기준인 4.9명을 넘고 있다고 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슷한 유행 양상을 보인다"라고 밝혔다.
인플루엔자의 감염력이 겨울에 더 높은 이유겨울이 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몸살을 앓는다. 사실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년 내내 존재한다. 하지만 유독 4계절 중 바깥 기온이 가장 낮은 겨울에 가장 크게 유행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겨울 인플루엔자 유행의 주요 원인으로 외부 환경 변화를 꼽았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하고 면역 작용을 돕는 콧속의 점막도 말라버린다. 하지만, 겨울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공중에 다른 계절보다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되어 감염 위험이 더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Harvard Medical School)과 노스이스턴 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약대 공동연구진에 의해 겨울철 인플루엔자의 감염력이 더 높은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는 체내로 침투할 때 주로 코를 통로로 사용한다. 평소에는 사람의 콧속에 사는 바이러스 퇴치 세포가 이 외부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체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 바이러스 퇴치 세포들은 외부 바이러스를 감지하면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 EV)라고 불리는 복제 세포를 수십억 개 생산한다.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바이러스를 감지한 퇴치 세포의 EV 세포 생성률은 160%까지 증가한다. EV 세포는 다른 일반적인 세포보다 바이러스 킬러 핵산을 13배나 더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세포보다 20배나 많은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매우 끈적거린다. 늘어난 EV 세포는 외부 바이러스에 들러붙어 점액 형태로 배출된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로 인해 바이러스 퇴치 세포 수십억 마리가 죽고, 결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침투에 취약해진다.
효과적인 인플루엔자 예방 수단, 마스크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건강한 성인 4명을 모집한 후 낮은 온도인 4.4도에 15분간 노출해, 콧속 온도를 5도가량 떨어트렸다. 연구진인 이때 미리 채취한 비강 세포를 비슷한 온도에 노출하고, 리노바이러스 2종과 코로나바이러스 1종을 주입했다. 그 결과 평소에는 잘 작동하던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연구를 주도했던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벤저민 블레어(Benjamin Bleier) 이비인후과 교수는 "바깥 온도가 5도만 내려가도 콧속 바이러스 퇴치 세포의 50%가 죽는다"라고 말하며, "코끝이 살짝 차가워졌을 뿐인데 바이러스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EV 세포는 42%, 마이크로 RNA는 50%, 수용체는 최대 70%가 줄었다"라고 말했다. 블레어 교수는 "추위로 인해 결국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코의 보온을 유지하는 마스크가 얼마나 효과적인 인플루엔자 예방 수단인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인구가 마스크를 쓰고 다닐 당시 인플루엔자 유행률은 역사상 최저치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필요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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