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잠잠했던 초미세먼지가 다시 기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과 중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첫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그주에 내린 비로 인해 대부분의 초미세먼지는 씻겨 내려갔지만, 환경당국은 날씨와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 등을 이유로 남은 올해 동안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이 되는 초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문제인 이유는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는데,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 찰스 스완턴(Charles Swanton) 박사의 논문을 살펴보면, 초미세먼지에 지속해서 노출 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암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마사 빌링스(Martha Billings)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코와 부비강 기능에 악영향을 주어 수면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수면장애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는 체내에 침투해 혈관을 따라 전신을 돌아다니며 활성산소와 산화스트레스를 생성시켜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당뇨와 동맥경화와 같은 만성질환과 심혈관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초미세먼지, 정신건강도 위협해초미세먼지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면,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위험과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매우 크다. 연구진이 미국, 영국, 인도, 중국 등 16개국에서 2017년까지 40년간 모아온 건강 데이터를 분석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 등 유독성 대기오염이 10대의 우울증 위험을 4배 이상 증가시키고, 이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초미세먼지에 1년 이상 노출되면 우울증 발병률이 10% 이상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연구에 참여한 이소벨 브레이스웨이트(Isobel Braithwaite) UCL 선임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대기오염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여전히 더 많은 관련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사실을 유추해보면 미세먼지가 혈관이나 코를 통해 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뇌 염증, 신경세포 손상, 스트레스 호르몬 생산 변화 등을 초래해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같이 연구한 조지프 헤이스(Joseph Hayes) UCL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기오염도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하며, "지구의 대기질만 개선해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지구촌 인구 중 90% 이상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공기오염 최소 기준치인 10㎍/㎥이상에서 생활하고 있어, 지금보다 대기질이 더 악화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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