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노인질환 중 하나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폐경 전에 양쪽 난소를 모두 절제하면 몇 년 후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이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되는 까닭파킨슨병은 운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생산 세포가 소실되면서 근육 경직, 몸 떨림, 느린 동작 같은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오경필 원장(메디인병원)은 "파킨슨병은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의 운동장애와 보행장애를 보인다"라며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꾸준한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파킨슨병 증상이 발견되면 신경과 진료를 통해 정밀 검사를 해야 하며, 약제 조절 등을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 진료데이터)이 발표한 국내 파킨슨병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0년 파킨슨병 진료인원은 11만 1,312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9만 6,764명보다 1만 4,548명(15%)이 증가했다. 연평균 3.6%가량 증가한 것이다. 남성 진료인원은 4만 6,369명, 여성은 6만 4,943명으로 여성 진료환자가 남성보다 16%(1만 8,574명) 더 많았다. 연령대별 진료인원 구성비를 살펴보면 전체 진료인원 중 70대가 37.9%(4만 2,172명)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이 36.5%(4만 603명), 60대가 18.7%(2만 819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은 70대 이상의 여성에서 많이 발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이 여성에서 더 많이 발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43세 이전에 난소 절제술 받은 여성에서 파킨슨병 발병률 5배 높게 나타나2022년 10월,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신경과 전문의 월터 로카(Walter A. Rocca) 박사 연구팀은 미국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폐경 전 받은 양측 난소 절제술이 파킨슨병 발병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팀은 1950~2007년 양쪽 난소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 2천750명과 이들과 연령이 비슷한 난소 절제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 2천750명의 의료기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양쪽 난소를 절제한 그룹에서는 32명, 난소를 절제하지 않은 대조군에서 21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발생했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증후군(parkinsonism)은 난소 절제 그룹에서 50명, 대조군에서 32명 발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3세 이전에 양쪽 난소가 모두 제거된 여성이 난소를 절제하지 않은 연령대의 다른 여성보다 파킨슨병 발병률이 무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었을 때 난소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은 파킨슨병 위험이 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일찍 끊기면 파킨슨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소는 여성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 주요 호르몬 공급원이다. 양쪽 난소가 모두 폐경 전에 제거되면 에스트로겐이 갑자기 줄어든다. 즉, 에스트로겐이 뇌를 보호하는 효과가 상실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파킨슨병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 배 가까이 많이 발병한다. 연구팀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라며 "난소암 발병 위험이 있는 폐경 전 여성이 예방 차원에서 난소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파킨슨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난소절제술은 난소 낭종 같은 난소에서 발생한 양성 종양이나 난소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실시한다. 이때 난소암 예방 목적으로 난소까지 함께 절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폐경 전 난소 절제술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파킨슨병 증상 완화의 키포인트는 도파민파킨슨병은 뇌의 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노화'가 가장 큰 위험인자이다. 현재 파킨슨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호전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 다만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프라미펙솔, 로피니롤 및 아포모핀 약물 등은 두뇌의 도파민 기능을 모방해 떨림 증상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조절한다. 이는 환자의 연령, 활동 정도,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약의 종류 및 용량을 결정한다. 따라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 본인의 증상에 대한 정기적 상담이 필요하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부족한 도파민 제제를 보충해 주는 것이 요점이다. 만일 환자가 도파민 전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환자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이 외에도 약물에 반응이 없어지거나 부작용이 심하여 약 복용에 어려움이 생긴 경우에는 환자를 평가하여 수술요법인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을 고려할 수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오경필 과장 (메디인병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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