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와 기사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밤새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렇게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과도하게 걱정하는 증상을 환경불안(Eco-anxiety) 혹은 기후우울(Climate grief)이라고 부른다.
환경불안은 2017년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에서 처음 규정한 신조어로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다. 환경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후 위기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슬픔, 분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기후 위기로 인해 미래에 벌어질 재난을 생각하며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는 그 수준을 넘어 본인이 기후 위기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무기력함과 죄책감,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기후 위기보다는 기후 위기 해결에 무관심한 사회에 깊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정부와 사회에 실망감과 절망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기후 위기로 인한 전 세계의 각종 자연재해 소식이 끊이지 않으면서, 환경불안을 느끼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 환경불안이라는 용어를 소개한 미국심리학회는 2019년 18세 이상 청년 2,017명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와 환경변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청년이 불안함과 우울감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인원 중 68%가 이상 기후와 환경변화로 인해 불안함을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인원의 절반인 47%는 기후 위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지난 6월 3일(현지시각) 열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정책 브리핑에서도 비정상적인 기후 변화를 인류의 정신건강과 웰빙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하며,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기후를 보며 슬픔, 두려움, 절망, 무력감과 같은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에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갖춘 기후행동을 촉구했다.환경우울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인 환경우울이 정신건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에 발표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정신건강을 실질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정신질환이나 우울증, 불안장애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또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마셜 버크(Marshall Burke) 교수와 그 연구진은 2018년 지구온난화 자살률 증가 사이에는 연관성이 존재하며, 지구의 기운이 월평균 1℃ 오를 때마다 미국의 월간 자살률은 0.68%, 멕시코의 월간 자살률은 2.1%가량 증가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버크 교수는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우울한 용어 사용 횟수가 늘어난다"라고 말하며, "기후 위기로 인해 자살률이 증가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WHO의 마리아 네이라 (Maria Neira) 환경기후변화보건국장은 "이미 기후 위기의 영향은 인류 삶의 일부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관련된 국가 단위의 정신건강 지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하며 각국이 기후 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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