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쌀밥 한 공기와 현미밥 한 공기.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뭘 먹었는지에 따라 체내에서 소화되고 흡수되는 속도는 다르다. 소화와 흡수가 느린 식품을 먹은 후에는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 즉, 혈당 반응이 느리게 나타난다. 반면, 소화와 흡수 속도가 빠른 식품을 먹으면 혈당 반응이 빠르다.이 차이를 나타내는 개념이 당지수(GI: Glycemic Index)다. 특정 식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화돼 혈당 농도를 증가시키는지 객관적으로 표시한 지수다. 당지수가 55 이하면 당지수가 낮은 식품, 56~69면 당지수가 중간인 식품, 70 이상이면 당지수가 높은 식품이다.- 고당지수 식품: 떡(91), 쌀밥(86), 구운 감자(85), 시리얼(81), 탄산음료(78)- 저당지수 식품: 고구마(61), 현미밥(55), 호밀빵(50), 사과(38), 우유(27), 콩(18)
당지수가 높은 식품일수록, 섭취 후 포도당 농도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높아진 혈당을 내리기 위해 췌장이 열일하기 시작한다. 췌장에서 혈당을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자주 계속해서 먹으면, 인슐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된다. 이렇게 췌장이 혹사당하다 보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그로 인해 인슐린도 천천히 분비되게 하는 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당지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식품이 액체일 때 고체일 때보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다. 따라서 과일주스가 과일 그 자체보다 당지수가 높다.재료의 입자 크기가 감소하면 표면적이 증가하여 소화효소가 더욱 쉽게 작용한다. 이로써 으깬 감자를 먹으면 채 썬 감자를 먹었을 때보다 혈당이 더 빠르게 올라간다. 팥죽 같은 각종 죽도 재료를 으깨어 만들므로 당지수가 높다.도정 되지 않은 곡류의 껍데기는 소화효소에 대한 물리적 방어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도정을 많이 할수록 소화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당지수도 상승한다. 도정이 많이 된 백미로 만든 쌀밥은 잡곡밥보다 당지수가 높다.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서도 당지수가 달라진다. 전분입자가 열을 받고 수분을 머금으면 소화와 흡수에 용이한 형태로 바뀐다. 이 상태의 전분은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쉬워 빠르게 혈당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가열 시간이 길수록, 물의 양이 많을수록, 조리 시 가하는 압력이 셀수록 당지수가 높아진다.식품 속에 함유된 단백질과 지방도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과 지방은 인슐린 호르몬 반응을 증가시키고, 위 배출을 지연시킴으로써 혈당 반응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고 단백질 함량은 높은 육류, 가금류, 어패류, 난류 등을 많이 먹어도 혈당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탄수화물 식품에 지방을 첨가했을 때도 혈당 변화를 줄일 수 있다. 식용유를 넣어 만든 감자튀김, 감자전의 당지수가 찐 감자, 구운 감자의 당지수보다 낮다. 기름의 지방이 전분의 소화 속도를 늦춰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기 때문. 그러나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을 많이 먹으면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기에, 기름진 음식은 적게 먹고 덜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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