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흔한 만큼 해결도 잘 되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질염에서 비롯된 가려움증이나 냄새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질염은 재발이 쉬운 탓에 완치하기가 어렵고 방치하면 난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어서 평소에 질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질염 예방의 목적으로 ‘질 건강을 돕는 유산균’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질 건강에 좋은 유산균이 따로 있는 걸까? 산부인과 전문의 구화선 교수(분당 차여성의학연구소)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유산균 제품 중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무엇이고, 질 건강에 이로운 생활 습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점검해 보자.
Q. 질염은 재발률이 50% 이상으로 높은 편이고 만성화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만성 질염이 난임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만성적인 질염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질염이 발생하면 염증 물질이 자궁으로 역류해서 자궁내막염 및 난관 염증을 유발합니다.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골반염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요. 심한 골반염은 생식기능을 저하시켜서 난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염은 질의 산성도를 변화시켜서 정자가 자궁 안으로 이동하는 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Q. 질염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질 유산균’이 최근 화제입니다. 실제로 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A. 질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균들은 질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외부와 연결된 여성 생식기를 일차적으로 보호합니다. 또한, 정상 세균을 강화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특히 질 내에 주로 존재하는 ‘락토바실러스’를 직접적으로 공급하거나,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질염 증상을 개선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일반적으로 질염이 생기면 균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기전의 항생제를 사용하는데요. 하지만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질 내에 있는 정상 세균총도 같이 사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유산균을 이용하면 정상 세균총을 강화해서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질염을 일으키는 균주를 없앨 수 있습니다. 유산균이 질염에도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질 유산균이 질염 증상 개선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Q. 시중에 출시된 유산균 제품이 상당히 다양합니다.선택 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A. 균주의 종류와 양이 중요합니다. 먹는 유산균이 질까지 잘 도달하려면 소화기관을 거쳐서 얼마나 살아남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균주 및 임상 근거가 충분한 균주를 사용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임상 근거를 직접 찾기 힘들다면 특허받은 균주인지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국내보다 유산균을 구분하는 등급이 세분되어 있는데요. 특히 CE 의료기기 등급은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시행한 인체 적용 시험에서 안정성 및 효과성 테스트를 통화해야만 받을 수 있는 등급입니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여성 유산균 제품의 균주 중에서 유일하게 CE 인증을 받은 균주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 PB01(L. rhamnosus PB01)’,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EB01(L. Gasseri EB01)’입니다. 이 두 균주는 CE 인증 의료기기 등급 중 ‘class IIb’를 받았는데요. 이렇게 인증받으려면 보다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비포락토의 ‘더블유밸런스’가 두 균주를 사용한 유일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개별인정형 균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개별인정형이란 고시형 원료에 해당되지 않는 원료 중 신규 원료를 안전성과 기능성의 자료를 기반으로 식약처가 검토 후 승인한 원료입니다. 위의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균주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 GR-1(Lactobacillus rhamnosus GR-1), 락토바실러스 퍼멘텀 RC-14(L. fermentum RC-14)가 있습니다. 이 두 균주를 사용한 제품으로는 유한양행의 ‘엘레나’, 뉴오리진의 ‘이너플로라’, 파마제닉의 ‘락토필듀오’ 등이 있습니다.
Q. 질염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또, 질염을 의심할만한 증상에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몸에 꼭 끼는 옷, 대표적으로 스키니진(청바지) 등은 질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질 세정제의 잦은 사용은 질의 정상 세균총을 약화해서 오히려 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라 분비물의 양과 색깔, 냄새가 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란기에는 분비물의 양 및 냄새가 증가합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예민한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질염이 생겼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분비물에서 생선 비린내와 같은 심한 냄새가 나거나, 분비물이 치즈처럼 뭉쳐서 떨어지는 경우,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사례가 아니라면 일단은 좌욕 및 통풍 등으로 불편감을 해소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불편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산부인과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받길 권고합니다.
도움말 = 구화선 교수 (산부인과 전문의, 분당 차여성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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