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의 헨리크 레페르스 박사와 연구진은 임신 중에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면 남자아이의 생식기능이 손상 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8일 의학전문저널 'Human Reproduction' 에 발표했다.
진통제 중 파라세타몰(paracetamol), 아스피린, 이부프로펜(ibuprofen) 등 약한 진통제를 임신 중에 자주 복용하면 뱃속에 있는 남자아이의 고환이 '잠복고환'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잠복고환'이란 태아의 고환이 복막강에 있다가 음낭까지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지 못하고 중간에 머물러버린 상태를 말하며 성장 후에 정자의 질 저하, 불임증과 고환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산부는 뱃속의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약의 복용을 되도록 피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나, 대부분 약한 진통제를 소량 복용한다면 괜찮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전문의들은 심한 통증때문에 일시적이거나 매우 드물게 복용하는 것은 크게 해롭지 않다고 말한다. 문제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복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연구는 덴마크 834명과 핀란드 1,46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중의 약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덴마크 491명의 여성에게 전화로 동일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대상자들이 출산한 남자 아이가 잠복고환 징후가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약한 진통제를 사용한 덴마크 여성 그룹에서 선천적인 잠복고환과 관계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잠복고환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파라세타몰이나 이부프로펜 등의 진통제를 하나 이상 동시에 복용한 여성은 전혀 복용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잠복고환의 남자 아기를 출산할 확률이 7배나 크게 증가했으며, 각각의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은 4배로 증가시켰다.
특히 임신 중기(14~27주)는 영향을 받기 쉬운 기간으로 진통제의 종류에 관계 없이 잠복고환의 위험률을 2배 이상으로 증가시켰다. 또 임신 중기에 진통제를 하나 이상 동시에 사용한 경우, 남자 아기가 무려 16배로 급증했다.
레페르스 박사는 "이 연구는 임신 중 여성에게 현재 적용되고 있는 진통제 권고사항에 대해 다시 검토해야할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경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