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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시아 덮친 염증성 장질환... 한국, '환자 폭증' 단계 진입했다

한때 대표적인 '서구 질환'으로 여겨졌던 염증성 장질환(IBD)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과 중앙대병원을 비롯한 캐나다, 일본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한국·일본·중국·홍콩·말레이시아의 약 100년에 걸친 역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 모두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으며, 과거에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경제 발전과 도시화가 진행된 아시아 지역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대 식습관의 서구화와 생활환경 변화, 위생 수준 개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등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도 환자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2000년대 이후 염증성 장질환 발생률이 빠르게 상승한 뒤 현재는 2단계 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이 한 사회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질환이 처음 나타나는 '출현기' △새로운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발생률 가속기' △신규 환자의 증가 속도는 완만해지지만 기존 환자가 쌓이면서 전체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유병률 누적 증가기' △환자 비율이 일정 수준에서 안정되는 '유병률 균형기' 등 4단계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일본에서 1920년대 처음 궤양성 대장염이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의 역학 자료와 사회·환경적 변화 등을 종합해 각 지역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아시아에서도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지역일수록 염증성 장질환 증가 단계에 더 일찍 진입했다. 일본은 1990년대 가장 먼저 1단계인 출현기에서 2단계인 발생률 가속기로 넘어갔으며, 한국은 2000년대, 중국과 홍콩은 2010년대, 말레이시아는 2020년대에 각각 2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 등 산업화가 일찍 진행된 지역 대부분은 이미 3단계인 유병률 누적 증가기에 들어선 상태다.

한국은 특히 2단계의 후기 국면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유병률은 2010년 인구 10만 명당 31.6명에서 2018년 65.5명으로 약 2.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크론병 역시 인구 10만 명당 15.1명에서 32.7명으로 약 2.2배 늘었다.

2010~2018년 새로 진단된 환자는 크론병 1만 4,498명, 궤양성 대장염 3만 1,409명이었다. 다만 크론병 발생률은 2014년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즉 새로 병이 생기는 속도가 과거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더라도, 완치보다는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기존 환자가 계속 누적되면서 전체 환자 수는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키는 여러 환경 요인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산업화와 도시화, 식생활 변화 등 사회·환경적 변화가 진행된 시점과 염증성 장질환의 증가 시점이 지역별로 차례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의료 체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한 번 진단되면 오랜 기간 치료와 추적 관찰이 필요한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과거 서구 국가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신규 환자 발생이 어느 정도 안정되더라도 기존 환자가 계속 생존하고 누적되면 진료가 필요한 전체 환자 규모는 상당 기간 증가할 수 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길라드 카플란(Gilaad G Kaplan) 캐나다 캘거리대 의대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늘고 있는 IBD 증가 추세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신흥 산업화 지역에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서정국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구의 정책적 의미를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번 대규모 역학 연구는 향후 폭발적으로 누적될 환자와 막대한 의료 부담에 대비해, 국가 차원에서 서둘러 정책적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명백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The trajectory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n east and southeast Asia: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염증성 장질환의 궤적: 발생률 증가세에서 유병률 누적 증가세로의 전환)는 2026년 8월 의학 학술지 '란셋 위장병학·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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