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한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난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골반 초음파, 호르몬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태아의 건강을 위해 또 중요한 검사가 있는데, 바로 ‘풍진’ 검사다. 사실 임신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 풍진이라는 질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임신을 고려하는 여성에게는 풍진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풍진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검사를 받아 보고, 항체가 없으면 반드시 임신을 하기 전에 예방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 풍진이 어떤 질환이길래 이렇게 임신 전 검사와 접종이 강조되는 것일까?일반인은 가볍게 지나가는 풍진, 임신 시에는 태아 기형 위험 높여풍진은 루벨라 바이러스(Rubella virus)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풍진에 걸린 환자와 접촉했을 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보통 14~21일 정도의 잠복기를 지나 △두통 △권태감 △발열 등의 가벼운 전구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3일 정도 목의 임파선이 붓고 얼굴과 몸으로 발진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나타나는 증상이 홍역과 비슷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3일 홍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아는 발진 증상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성인에게서 여러 전구 증상이 조금 더 심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다만 대부분의 증상이 약 5일 이내에 사라지며,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또 한 번이라도 풍진을 앓았다면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재감염될 우려가 없다. 문제는 임신한 여성이 풍진에 감염되었을 때다. 임신부가 풍진에 감염되면 태아의 세포 성장이 억제되면서 심각한 선천성 기형을 일으키는 ‘선천성 풍진 증후군’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선천적으로 △난청 △심장기형 △백내장 △자반증 △간비종대 등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임신부의 감염 시기에 따라 태아의 중증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임신 초기에 풍진에 감염될 경우 태아의 85~90%가 선천성 풍진 증후군을 앓을 수 있으며, 임신 16주에 감염되면 0~20%에서만 발생하고, 임신 20주 이후에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임신부, 특히 초기일수록 풍진 환자와의 접촉은 금물이며 임신 전에 미리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백신 미리 접종하면 예방 가능…감염됐다면 타인에게 전염 막아야풍진은 홍역, 볼거리까지 동시에 예방하는 MMR 백신을 맞으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MMR 백신은 소아 기본접종 대상으로, 생후 12~15개월과 4~6세에 각각 1회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시기 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이나 성인은 적어도 1회 이상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과거에 접종을 받았더라도 풍진에 대한 항체가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백신을 1회 더 접종해야 한다. 만약 첫아이 임신 전 풍진 주사를 맞았는데, 둘째 아이를 임신한 후 항체 검사에서 항체가 없다고 검진되면 재접종을 할 것이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임신 전에 접종을 해야 하며, 임신 중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권소영 원장(리즈산부인과의원)은 “풍진 백신은 바이러스를 활용해 만드는 생백신이기 때문에 임신 중 접종을 권하지 않으며, 비임신 상태에서 접종을 했더라도 적어도 한 달간은 임신을 금하고 있다”라며 “임신인 줄 모르고 풍진 접종을 했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간혹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풍진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임신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해열진통제 등을 복용하며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시행하면 된다. 다만 타인에게 옮길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인 만큼 가급적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수시로 손을 씻어야 하며, 임신부와는 최대한 접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소영 원장(리즈산부인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