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에 방송된 한 프로그램에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이야기가 나오자, 가수 규현은 "남자도 맞아야 한다고 해서 1차 접종을 했다"라며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 접종 사실을 밝혔다. 자궁도 없는 남성이 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알려진 HPV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걸까?
HVP 백신…유일하게 암 예방 가능해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주사는 일명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린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자궁경부암의 99%에서 HPV가 발견될 정도로, HPV는 자궁경부암 발병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고위험군 바이러스(Type 16, 18 등)가 있는 경우 자궁경부암의 발생위 험도가 10배 이상 증가한다. 이처럼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예방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으로 불린다. 백신 효과는 70% 정도로 특히 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100%에 가까운 방어 효과를 나타낸다.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이 맞으면 재감염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접종을 2회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은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지만, 남성은 아직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남성이 왜 HPV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인 사람이 많다. ‘전염성 높은 HPV’ 여성에서는 자궁경부암, 남성에서는 생식기 사마귀 등 질환 유발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종류만 해도 200종이 넘는다. 이 중 40종 이상이 직접적인 성접촉을 통해 성을 매개로 하는 탓에 성생활을 하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에 감염되면 대부분 무증상을 나타낸다. 12~14개월 내에 자연 소멸하는데, 3~10%에서는 지속 감염을 일으킨다. 지속 감염은 수년에서 수십 년 후 다양한 암 발생의 위험 요인이 된다.HPV는 전염성이 높은 병원체로 피부나 생식기 점막 등을 감염시켜 지속 감염을 일으키면,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을 유발하고, 남성에게는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 HPV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60만 례 이상의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전체 암의 약 5.2%에 해당된다. HPV 예방 주사를 여성뿐 아니라 남성 모두 접종해야 하는 이유다.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김관수 원장(유로진여성의원)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어느 한쪽만 예방하기보다는 남녀 모두 예방하는 게 감염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성인의 경우 평균 3회에 걸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데, 간격을 두고 1회, 2회, 3회차 접종을 이어나가면 되며, 성 경험이 있거나 20대가 아니어도 예방 효과가 있다"라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HPV 백신...남녀 모두 맞아야 집단 면역률 높아져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 계획에 따르면 남녀 HPV 백신 접종률이 75%를 달성했을 때, HPV 16형을 포함한 대부분의 HPV 유형을 30년 안에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집단 면역은 중요하다. 2016년에 국제 의학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도 집단 면역의 중요성을 나타낸 연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40% 또는 80%에서 HPV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70년 후 HPV 유병률은 남성과 여성 모두 감소했다. 여성 80%가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에는 남녀 모두 HPV 유병률이 80~100% 줄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해외 국가에서는 백신을 접종시켜 잘 관리하면 HPV 관련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2022년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HPV NIP를 시행 중인 나라는 110개국이다. 이 가운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52개국은 여아에서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한편, 최근에는 HPV로 인해 남성의 구인두암 발병이 증가했다. 고위험 HPV 바이러스가 목을 감염시키면 암이 생기는데, 남성에서 많은 구인두암은 혀의 뒷부분 1/3 지점과 구인두쪽 편도선으로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잘 죽지 않는다. 자궁경부암이 10년 이상 오래 머물러야 생기는 것처럼 구인두암도 목 안쪽에서 오래 있다 보니 최근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13~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HPV로 인한 암 중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감소했지만 구인두암은 증가했다.국내에서는 남성 생식기 사마귀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은 지난 2010년 2만 5,208명에서 2019년 6만 5,203명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생식기 사마귀는 전염성이 높고 치료 유무와 상관없이 25%는 몇 개월 내 재발 가능성이 있어 별다른 증상 없이 HPV 감염이 지속될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관수 원장 (유로진여성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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