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오면서 영유아들의 언어·사회성 발달지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합동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0~5세 영유아 524명을 대상으로 발달 상태를 조사한 결과, 152명에게서 발달지연이 관찰됐다. 특히 사회성과 언어 관련 발달의 지연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아이들의 의사소통과 감정 교류가 제한되어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국내외에서 아이들의 의사소통 발달지연 문제를 지적하는 연구는 계속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태어난 아이, 의사소통 발달 지연돼지난 6월 21일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Royal College of Surgeons in Ireland)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소아질환회보(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를 통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태어나고 자란 일명 코로나 키즈의 의사소통 발달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연구를 공개했다. 아일랜드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강력한 봉쇄 조치를 내렸는데, 연구진은 봉쇄령이 내려진 시점부터 3개월 이내에 태어난 아이와 대유행 이전에 태어난 아이의 발달 정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총 354가구가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에게는 생후 6개월, 12개월, 24개월 때 병원을 방문해 설문 조사를 하도록 했다. 설문조사는 아이의 생활과 발달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아이가 2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2개 혹은 3개 이상의 단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특정 사물의 이름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지, 부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를 수 있는지 등이 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2살 때까지는 대유행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과 비슷한 발달 수준을 보였다. 다만 의사소통 능력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났다. 연구진이 표준 미만의 의사소통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의 비율을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태어난 아이들 중 약 11.9%가 표준 미만을 기록한 반면, 대유행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는 5.4%만이 표준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설정한 기준에 따르면 '표준 미만'은 발달상의 우려가 있는 수준이다.
다양한 사람과 단어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연구진은 "대유행 당시 태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정상적인 의사소통 발달 단계를 밟고 있지만,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발달 수준이 우려스러운 아이들이 더 많았다"라고 말하며, "이는 대유행으로 인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단어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교토 대학교(Kyoto University)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소아과학저널(JAMA Pediatrics)'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5세 아동은 대유행 이전의 또래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평균 4개월 정도 지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토대 연구진은 마찬가지로 "밖에 나갈 기회가 줄어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단어를 경험할 수 없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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